강하늘 "연기란게.. 하면 할수록 더 어렵네요"

      2017.02.13 19:51   수정 : 2017.02.13 19:51기사원문


실화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진정성이다. 묵묵히 때로는 화려하게 표현되더라도 사건의 진실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 실화는 신화가 된다. 국내 영화계에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흥행 불패를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이리라.

16일 개봉하는 영화 '재심'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진실이다.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 일명 약촌오거리 사건을 다뤘다.

당시 10대 청소년이 한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택시기사를 무려 12번이나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이 사건이 16년만에 경찰의 강압수사와 증거 조작 등으로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임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충격을 줬다.

영화는 약촌오거리 사건을 상상력을 더해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법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쎄시봉' '동주'에 이어 '재심'의 현우로 스크린에 선 배우 강하늘은 실화 영화만 3번째다.
"시나리오를 읽고 매력이 있으면 선택한다. 그런 선택이 모인 것이지 실화라고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그만큼 실화의 진정성을 살려내는 배우도 드물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사건'에 전부터 관심이 컸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긍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니 실제 사건이 연기에는 함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실화지만 상상력이 더해진 시나리오를 연기하는 거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면 실제 사건과 엉킬 것 같아서 시나리오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연기한 현우는 밝은 소년이었지만 억울한 10년의 수감 생활 이후 세상을 경멸하는 단절된 인물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애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보이는 것은 싫었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착한 애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면 1차원적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저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을 법한 사람이 쓰는 누명이 더 현실감이 있을 듯했다"고 했다. 그래서 장발에 브릿지도 넣고, 문신도 팔과 가슴 여러 곳에 했다. 다방에서 일하며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마치 시골 동네의 '양아치'다운 불량스런 면도 부각시켰다.

맡은 역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기 때문일까.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20대 배우지만 그의 이름에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칭이 따라붙는다. 2007년 SBS 드라마 '최강! 울엄마'와 KBS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으로 10대에 연기 생활을 시작한 뒤 '평양성'(2010년), '너는 펫'(2001년), '순수의 시대', '스물'(이상 2014년), '좋아해줘', '쎄시봉'(이상 2015년), 지난해 '동주'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인기 드라마 '미생' '상속자들'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등까지 포함하면 필모그래피가 화려하다.

그런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작품이 뭐냐고 묻자 단번에 '동주'라고 답했다. 그는 "같은 실화 영화지만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를 연기했다. 실존 모델을 참고는 했지만 영화 속 현우가 그 분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가는 부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동주'는 윤동주 시인 그 자체를 영화 안에서 표현해야 했다.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선배들의 말을 알겠다. 한 고비를 넘어서 쉬울 줄 알았는데 또 어렵고 어렵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모범 청년'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는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졌다. 가식도 적절히 섞였으리라 싶었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확실히 긍정적 인간형이었다. 강하늘은 "긍정적인 편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 그것이 부정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촬영 현장이든 어디든 제 주변이 웃으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거니까, 그게 제 에너지고 살아가는 방법이다"라며 크게 웃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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