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전염병 막으려면

      2017.03.06 19:32   수정 : 2017.03.06 19:32기사원문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3000만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고, 전국에 닭이 부족해서 달걀값이 폭등하는 일이 일어났다.

조류인플루엔자 공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2월 초에는 충북 보은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1400여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이후 충북 보은 방역대 내 농가에서만 추가로 검진되었을 뿐 다행히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사람에게서는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전염병이 왜 동물에게는 발생하는 걸까.

지난달 우연히 어디서 분양되었는지 파악이 어려운 30여마리의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검진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강아지 공장과 길거리 가게에 묶여 있다가 구조된 어린 강아지 10여마리가 검진을 위해 내원했다.
검진한 강아지들 대부분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 이 중 5마리는 집중 치료에도 디스템퍼(홍역), 코로나(장염)바이러스, 기생충 혼합감염 등의 증세로 목숨을 잃었다.

반려동물의 전염성 질환은 격리입원실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지내다가 전염병 증세로 입원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극히 드물다. 가정에서는 보호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예방접종을 하고 다른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적어 전염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포함해 우리 관심 밖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집단사육되고 있는 가축들은 가정내 반려동물에 비해 전염성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집단생활로 인해 쉽게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므로 전염병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수천만마리에 이르는 살처분과 달걀값 파동으로 우리는 동물의 전염병이 동물권익 보호 및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게 됐다. 가축 사육농가에서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관련기관과 농가에서 예방백신 접종, 방역, 사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처럼 집단사육 과정을 거쳐 분양숍에 이르러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유기된 반려동물들은 그들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환경과 이동 및 임시라도 머무는 경로가 전염병 감염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예방접종 및 구충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수의사단체와 동물병원만의 노력만으로는 반려동물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에 한계가 있다.
반려동물 집단사육시설 및 유통구조환경 개선 및 관리감독 강화, 관련단체(관련부처, 수의사단체, 업체, 동물보호단체 등)들이 함께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캠페인 진행 등으로 전염성 질환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문재봉 이리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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