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에 반발 2명 사망, 경찰과 충돌..檢 "법질서 훼손, 엄단"(종합2보)
2017.03.10 14:59
수정 : 2017.03.10 17:12기사원문
이날 헌재의 선고 직후 서울 복촌로 헌재 안팎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삼일대로 인근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가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축제의 촛불 "시민 승리"
이날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박수를 쳤고 일부는 "봄이 왔다" "우리가 해냈다"면서 기뻐했다.
송모씨(70·여)는 "후손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 상식이 없는 법은 없다"며 "이제까지 국민을 우습게 알았던 정권이 어떻게 되는지 오늘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촛불항쟁승리 선언문'을 통해 헌재의 탄핵 인용을 주권자의 승리라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시민들이 승리했다. 헌재에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수용한 것일 뿐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며 "직접 행동으로 정치와 교육을 바꾸고 언론개혁과 사법정의를 실현하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태극기, 슬픔과 혼란..실신도
탄핵인용이 결정되자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우는가 하면 일부는 혼절해 응급차가 출동했다.
최모씨(75)는 "답답하고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헌재가 판결하기 전에 국회에서 잘못한 일이다. 앞으로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계속 참가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시간이 흐르면서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다.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 "(헌재로) 밀고 들어가자"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고 실행에 옮겨졌다. 흥분한 참가자들은 죽봉과 각목을 들고 경찰을 향해 휘둘렀고 차벽을 타고 오르거나 머리를 찧으며 자해를 시도했다. 둔기와 흉기가 등장하고 경찰버스 창문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과 참가자들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후 1시께 헌재 인근에서 탄핵 반대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씨(72)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낮 12시15분께는 안국역 인근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다른 한 남성이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태극기 집회 주최측은 "경찰 차벽을 뚫다가 8명이 다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위독하며 나머지도 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국민통합으로
이제는 더 이상 분란을 접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직장인 최모씨(56)는 "이제는 국민들이 통합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도 우리나라 사람 아닌가"라며 "차기정권 역시 대통합을 할 수 있는 능력의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최종평결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것인 만큼 수용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제 한 개인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일이 있다면 평소 이야기했듯이 자신이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이번 헌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 그러면 박사모 등 탄핵을 반대해온 세력이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검찰 공무원들은 흔들림 없이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 주기 바란다"며 "아울러 공직자로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근무 기강을 엄정히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