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 '냉장고 파먹기' 어디까지 해보셨나요?
2017.03.26 09:00
수정 : 2017.03.26 09:00기사원문
#. 4년차 가정주부 이모(31)씨는 마트에 가서 장보는 횟수를 대폭 줄였다. 그 대신 냉장고 식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서 소진시키고 있다. 얼마 전 쇠고기 무국을 끓이려고 했지만 무가 없어 냉장고에 있던 감자를 소환해 소고기 감자국을 완성시켰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만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이른바 ‘냉장고 파먹기’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냉장고 파먹기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천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전년보다 0.4%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준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냉장고 파먹기는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극한의 절약법으로 통하고 있다.
■식비도 줄이고 버리는 음식도 최소화
냉장고 파먹기는 식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다. 버리는 음식이 줄어드니까 음식물 쓰레기 봉지 값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다.
혼자 자취 중인 직장인 최모(28)씨는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각종 반찬들, 구입시기를 알 수 없는 케이크와 치킨, 제조미상의 얼려둔 고기들이 가득했다”며 “진작에 냉장고 파먹기를 했으면 식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냉장고 파먹기 레시피’와 ‘냉장고 파먹기로 40만원 절약하기’, ‘냉장고 파먹기에 도움 주는 어플’ 등의 구체적인 방법과 후기에 대한 글도 올라온다. 서로 냉장고를 얼마나 더 많이 비웠는가에 대한 배틀도 펼쳐진다.
■깔끔하게 냉장고 정리..다이어트에도 도움
냉장고 파먹기는 돈을 절약하는 것 외에도 깔끔하게 냉장고 정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냉동실에 쌓여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식재료들과 분명히 먹은 적이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음식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 파먹기는 자연스레 냉장고 정리와 청소로 이어져 위생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냉장고 식재료로 집에서 요리해 먹는 습관이 길들어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년차 프리랜서 한모(33)씨는 “외식을 하고 싶을 때마다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들어 볼 수는 없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덕분에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할 수 있어 4kg~5kg 감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냉장고 파먹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
하지만 냉장고 파먹기에도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냉장고에 보관된 식재료가 신선한지 따져봐야 한다. 흔히 고기, 해산물, 떡 등은 냉동 보관해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냉동 보관 역시 시간이 지나면 산소와 반응하면서 조금씩 산패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냉동 보관을 할 때는 어떤 음식인지, 익힌 음식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가령 생선의 냉동 보관 기간은 최대 3개월이지만 익힌 생선이라면 최대 1개월로 줄어든다. 익힌 소고기도 2~3개월, 베이컨과 소시지는 2개월, 해산물은 최대 3개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 채소류는 살짝 데쳐 냉동 보관하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처음부터 냉동을 할 때에 1인분 분량으로 식재료를 소분하거나 첫 냉동 보관 날짜를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되는 음식들도 있다.
마요네즈는 9도씨 이하가 되면 내용물이 분리되고 세균 번식이 시작한다. 소량의 마요네즈를 구입해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토마토,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 등의 열대과일도 상온에서 후숙해야 하는 과일이다.
냉장·냉동한 음식을 상온에서 방치할 경우, 2시간 이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냉장고나 냉동고에서도 죽지 않는 ‘리스테리아균’이 상온에 나오게 되면 증식이 더 빨라지기 때문에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얼어있는 재료를 해동할 때는 조리 전 미리 냉장실에 두어 천천히 해동하는 것이 좋고, 바로 조리 해야 할 경우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