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비
2017.03.26 16:38
수정 : 2017.03.26 16:38기사원문
3월은 1년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다.
이러다 보니 주중에는 장례식장, 주말에는 결혼식장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경조사비 부담은 불경기로 빠듯한 살림을 더욱 압박한다. 잘 기억하지도 못하거나 친분이 있다고 하기 어려운 사이에도 청첩장을 돌려 빈축을 사는 일도 있는 듯하다.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0∼30대 미혼남녀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수입이 적은 20∼30대 사회 초년생일수록 경조사비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은 더욱 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은 17만946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4.6%나 감소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에는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도 포함되지만 경조사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젊은 층의 결혼기피 경향으로 혼인건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경조사비 한도를 화환.조화를 포함, 10만원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경조사비는 이웃 간에 큰일을 당했을 때 푼돈을 모아 서로 돕는다는 상부상조 정신에서 비롯된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한 달 봉급의 10~20%를 경조사비로 써야 할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젠 결혼식과 장례식을 호화판으로 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