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뒤차의 경적소리, 우회전해도 되는 걸까?
2017.04.01 09:00
수정 : 2017.04.01 09:00기사원문
#. 운전자 B씨, 직진우회전차선에서 직진신호종료로 정지선에 맞춰 정했다. 우회전 하려는 후속차량의 경적소리에 결국 그는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까지 차를 비켜줘야만 했다. 이내 보행자의 눈총을 받게 되자 괜히 비켜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하다보면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비켜주는 게 맞는 건지 보행신호에도 우회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간혹 뒤차의 고압적인 태도에 내가 운전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6조 제1항「별표2」를 보면 신호기의 적색 등화의 뜻을 '차마는 정지선, 횡단보도 및 교차로의 직전에서 정지하여야 한다. 다만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다른 차마의 교통을 방해하지 아니하고 우회전 할 수 있다.' 고 명시했습니다.
즉,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이더라도 우회전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우회전은 신호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잘못된 인식을 하고 운전자들도 일부 있습니다.
운전자를 혼란하게 만드는 우회전 상황, 경찰청 도로교통과 단속 담당자에게 문의해 정리해보았습니다.
■ 상황1. 교차로에서 차량신호가 적신호이고 우회전 하기 전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녹색인 경우.
해당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경우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해야 합니다. 위반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위반(횡단보도 보행자 횡단 방해)으로 단속이 가능하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이 부과 됩니다.
해당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 보행자 신호와 관계없이 우회전 가능하며 단속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 보행자와의 충돌사고를 야기한 경우에는 모든 책임은 차량 운전자에 있습니다.
위 상황에서 보행자 신호가 적색인 경우 우회전 가능하며, 단속대상이 아닙니다.
■상황2. 교차로 차량신호가 적색이고 우회전하기 전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도 적색인 경우 .
우회전 가능하며, 단속 대상 아닙니다. 단, 측면교통 방해로 사고를 야기한 경우 안전운전의무위반이 됩니다.
■상황3. 차량신호 녹색, 횡단보도 적색신호가 들어와 우회전한 뒤 나타난 횡단보도에 녹색신호가 켜진 경우.
우회전한 뒤에 나타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경우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합니다.. 위반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위반(횡단보도 보행자 횡단 방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으로 단속 가능합니다.
해당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사고 시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상황4. <상황3>에서 횡단중인 보행자가 있다면 우회전이 가능한가?
<상황3> 답변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단속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도로교통과 담당자는 "보행자의무위반을 무 자르듯 싹둑 자를수 없다. 예를 들어 어린이·맹인 경우 충분히 거리를 줘야할 것이다. 노인이 충분히 지나간 다음에 차가 통과한다면 보행자의무 위반으로 단속하기는 어렵다. 보행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폭넓게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5. <상황3>에서 보행자가 있음에도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것을 뒤차가 신고했다면?
신고된 사진·영상을 보고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 해당 사항은 신호 위반이 아니며,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입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보행자를 규제하는 신호이지 차량에 대한 신호가 아니기에 운전자에게 신호위반의 책임을 물을수 없습니다.
■상황6. <상황3>에서 횡단중인 보행자가 없지만 정지 대기했다. 뒤차가 경적소리를 울리며 우회전을 요구하는 경우.
뒤차에 못 이겨 횡단보도를 억지로 통과할 필요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뒤차의 요구(경적 등)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횡단보도로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 수 있는 점 등 보행자의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여 단속하지 않습니다.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에 정지·대기 하는 것은 운전자 선택일 뿐 위반사항이 아닙니다. 뒤차의 압박에 못 이겨 횡단보도를 통과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은 고스란히 운전자의 몫이 됩니다.
■상황7.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에 차량 보조등이 설치되어 있다면?
횡단보도 상에 차량 보조신호등이 설치되어있다면 이에 따라 진행해야합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더라도 차량 보조등 신호가 적색이라면 우회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길시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이 부과 됩니다.
■상황8. 직진우회전차선에서 직진신호종료로 정지선 맞춰 섰는데 후속차량이 우회전을 요구하는 경우.
비켜주지 않아도 됩니다. 도로교통법에 뒤차의 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주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 당할 수 있습니다.
차를 비켜주는 과정에서 보행신호와 무관하게 해당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횡단보도를 침범하였다면 도로교통법 제5조 위반(신호지시위반,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 및 제27조 제1항 위반(횡단보도 보행자 횡단 방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으로 단속 가능합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지 않을 때 횡단보도(정지선)를 침범하였다면 도로교통법 제5조 위반(신호지시위반) 범칙금 6만원이 부과 됩니다.
담당자 답변의 핵심은 안전이었습니다. 단속여부를 떠나 우회전 할 때 갑자기 뛰어들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있다고 경적을 울린다거나, 급하다고 보행자가 있는 횡단보도를 무리하게 통과하기보단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한 박자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