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와 ‘고등래퍼’… 랩스타의 시대
2017.04.06 17:05
수정 : 2017.04.06 17:14기사원문
평범한 중학생 김남준은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에 ‘래퍼’라고 적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룹 방탄소년단에서 랩몬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랩스타’가 됐다. 이 외에도 컨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며 작업했던 도끼, 믹스테잎으로 시작해 아이돌 대표 래퍼가 된 지코, ‘쇼미더머니5’의 우승자 비와이 등도 모두 같은 꿈을 꿨고 지금은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힙합의 주 소비층은 10대와 20대다. 그들은 도끼, 스윙스, 비와이 등의 행보를 보며 랩스타를 꿈꾼다. 그리고 이 꿈은 ‘랩 레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랩 레슨’은 이름 그대로 래퍼 지망생은 랩에 대한 교육 받고, 멘토는 이에 상응하는 돈을 받는 것을 뜻한다.
복수이 관계자에 따르면 ‘랩 레슨’이라 부르는 것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힙합 1세대인 가리온의 MC메타가 있다. 과거 그는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랩 레슨을 했다. 수강생이었던 래퍼들은 소울컴퍼니라는 레이블을 설립해 언더그라운드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지금 일리네어레코즈에서 활동 중인 더콰이엇, 브랜뉴뮤직의 키비가 이 레이블 소속이었다.
래퍼 지망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랩 레슨도 존재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소속사의 뮤지션의 노래에 맞는 가사를 적고 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한 래퍼는 “당시 아이돌의 노래에 랩이 들어가는 경우가 늘었다. 래퍼들은 아이돌 멤버에게 랩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랩 레슨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초 대한민국 대중음악에서 힙합의 위치는 지금과는 달랐다. 언더그라운드와 메인스트림의 경계가 확실했다. 하지만 이 경계는 조금씩 사라졌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씨비 매스(CB MASS), 45RPM, 쇼하우, 버벌진트, 에픽하이 등이 메인스트림에 진출했다. 그리고 랩 레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뮤지션이 그러하듯,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았던 래퍼들은 랩 레슨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메타가 했던 무료 수강과는 달리, 돈을 받고 노하우를 가르치는 랩 레슨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학교도 이 시장에 가세했다.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는 2011년 처음으로 랩 전공과목을 신설했다. 힙합 음악 프로듀서와 래퍼들을 교수진으로 내세워, 래퍼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 즈음 음악 학원들도 언더그라운드 래퍼를 섭외해 랩 레슨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2년 6월, Mnet은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을 대중에게 크게 각인시켰다. 1위를 한 래퍼는 음원차트 줄 세우기는 물론 대중의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됐다. 그리고 2015년 여성 래퍼들의 대결을 담은 ‘언프리티 랩스타’, 래퍼 지망생 고등학생들의 경연 ‘고등래퍼’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랩스타를 꿈꾸는 이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이로 인해 랩 레슨 시장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했다. 학원·대학교·개인 랩 레슨이 늘어났고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겨냥한 코스도 따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포털사이트에 ‘랩 레슨’이라고만 치면 랩을 배워 볼 수 있는 기회가 펼쳐져 있다.
랩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레슨을 넘어, 이제 초·중·고등학교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 래퍼는 “최근 직업 진로체험과 관련된 강의를 중학교에서 했다. 미디어에서 힙합에 대해 많이 비춰주다 보니 래퍼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단순히 가수를 넘어, 래퍼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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