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에게 성폭행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군 대위 스스로 목숨 끊어
2017.05.25 18:14
수정 : 2017.05.25 18:14기사원문
군인권 관련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13년 10월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자살한 육군 15사단 '오 대위 자살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며 군 당국의 자체적인 예방활동이 아닌 군사법체제의 개혁만이 안타까운 죽음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25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본부 소속 A 대위는 지난 24일 오후 5시 40분께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 대위가 연락이 두절된 채 출근을 하지 않자, 동료들은 A 대위의 집으로 찾아가 목을 매 숨진 A 대위를 발견했고 이를 해군 헌병에 신고했다.
숨진 A 대위 주변에는 '빈손으로 이렇게 가는가 보다''내일쯤이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등 내용의 메모지들이 흩어져 있었고, 해군 헌병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며 자살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해군 헌병은 A 대위가 최근 민간인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확인하고 성폭행 피의자인 B 대령을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A 대위의 직속상관인 B 대령은 A 대위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헌병에 따르면 A 대위와 B 대령은 최근 부서 회식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헌병 조사에서 B 대령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지만 “술에 취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군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4년 전에 벌어진 오 대위 자살사건과 이번 사건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피해자들은 모두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보고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그 동안 군은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 마다 사고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예방활동을 펼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 조직의 특성상 피해를 숨기는 장병들이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은 군 사법제도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 대위 자살 사건의 경우 지난 2014년 3월 20일에 열린 군사재판 1심에서 가해자 노 소령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군인권센터가 심리부검 요청해 2심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가해자에게 내려졌지만, 고등군사법원 역시 일부 직권남용 가혹행위와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논란의 씨앗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위해서는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정에 가해자를 세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