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 "경기회복세 예상보다 빨라… 재정정책 필요"

      2017.05.25 17:59   수정 : 2017.05.26 08:03기사원문

한국은행이 오는 7월 성장률 상향을 시사한 것은 수출.투자가 주도하는 국내 경기 회복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이 예정대로 성장률 전망치(2.6%)를 올릴 경우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 상향조정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내세운 새 정부의 기조하에서 기준금리 인하 명분도 점차 힘을 잃는 모양새다.

이주열 총재도 25일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효성이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재정정책 활용 필요성이 있다"며 통화정책보다 재정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순항하는 '한국경제호'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직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확대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 성장흐름은 지난 4월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경기 인식 수위를 한층 높였다.

실제 최근 수출은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1.4분기(1~3월.통관기준) 수출 증가율은 14.7%로 2011년 3.4분기 이후 22분기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5월(1~20일)에도 수출액이 25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 늘어났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1·4분기(1~3월)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한은은 최근 세계 경기 회복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호황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3월 설비투자는 기계류(12.5%).운송장비(13.7%) 등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월 대비 12.9% 크게 뛰었다. 2013년 10월(14.9%) 이후 3년5개월 만의 최대치다. 1.4분기를 통틀어도 5.5% 증가했다.

전산업생산 역시 전월보다 1.2% 늘어났다. 지난해 11월(1.4%) 이후 4개월 만의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다만 한은은 미국의 금리정상화 속도, 북한 도발 등 여전한 대내외 불확실성을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이 총재는 "앞으로 성장세가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한 대외여건도 적지않게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힘잃는 기준금리 인하론

이 같은 경기 회복세에도 한은은 완화적 통화기조는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본격적 경기회복 국면은 아니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총재가 일자리 창출과 금융안정을 위해 새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6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기계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연준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보유자산 축소를 유도해 시장 충격을 완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미 장기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 점도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에 숨통이 트이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민간소비 위축이 장기화 되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의 걸림돌이다. 이에 연내 금리동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등 여러 부작용도 분명 감안해야 하지만 전반적 국내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제 도입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는 새 정부의 기조와 가계부채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꼽은 이 총재의 발언을 감안할 때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 이슬비 연구원은 "한은의 가계부채 우려 증대와 새 정부의 총량관리제를 위시한 적극적.체계적인 가계부채관리정책의 조합은 연내 금리동결에도 하반기 중 금통위가 점차 매파적 스탠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미 연준과 같이 '고용안정'을 한은의 목적조항으로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남겼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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