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약 많이 처방한 의사들에 뒷돈' 한국노바티스 덜미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한국법인이 의사들의 해외학술대회 경비를 부당하게 지원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학술대회 참가경비 지원을 명목으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한국노바티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또 한국노바티스(법인)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간 제약업계에선 학술대회 참가 의사에 대한 대형 제약사의 편법 지원 등 위법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는데, 공정위가 과징금 제재 및 검찰고발을 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노바티스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한국 법인이다.

글리벡(백혈병), 가브스(당뇨병), 엑셀론(치매) 등 여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말 기준 국내 매출액은 4832억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의 부당 행위는 과감하면서 지능적이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해외학술대회 참가경비 지원을 부당한 판촉 수단으로 악용했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유영욱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이 기간동안 한국노바티스는 총 381회의 학술대회 참가 의료인에게 총 76억원의 경비를 대줬다. 이 중 일부는 지원대상 의사 선정에도 관여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했다.

현행 제약분야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제약사가 의사들의 해외학회 참가경비를 지원하는 경우, 학술대회만을 지정해 협회에 기탁해야 한다. 학술대회 참가자 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못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한국노바티스는 각 사업부서가 자체적으로 지원대상 의사를 선정해 이들에게 지원을 제의했다. 학회를 통해 이들이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도록 관리했다.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금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유영욱 과장은 "특히 한국노바티스는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사 처방실적이 우수하거나 향후 처방량 증대가 기대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했다. 해외학회 지원을 부당한 판촉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제약업계의 해외학술대회 참가 지원이 부당한 판촉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료인에 대한 해외학술대회 지원이 취지에 맞게 활용되도록 관계부처, 이해관계자 등과 협의할 계획이다.

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학술대회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학술대회 참가자 선정 과정에 제약사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e-mail]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