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의 역사’ 포장無, 청춘들의 부끄러운 연애 민낯 숨김없이 까발리다

      2017.06.08 17:26   수정 : 2017.06.08 17:26기사원문

누구나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찌질한’ 연애 추억, 꺼내기 민망한 그 순간을 뮤지컬 ‘찌질의 역사’가 가감 없이 그리고 더없이 유쾌하게 펼쳐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찌질의 역사’ 프레스콜이 열려 안재승 연출가를 비롯해 박시환, 강영석, 박정원, 송광일, 이휘종, 황호진, 박수현, 윤석현, 손유동, 정재은, 김히어라, 박란주, 허민진이 참석했다.
창작뮤지컬의 선두주자 (주)에이콤이 선보이는 ‘찌질의 역사’는 김풍과 심윤수 작가의 인기 웹툰 ‘찌질의 역사’를 새로이 청춘 뮤지컬로 탄생시킨 작품으로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찌질한 연애담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알콩달콩 이야기가 아닌 연애의 민낯을 솔직하게 펼쳐낸다.


특히 9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아 자연스레 감성을 파고든 연출이 돋보인다. 이에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안재승은 “무대 안에서 사용하는 소품이나 영상으로 시대적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도 90년대에 유행하던 게임이었고, 중간에 88byte까지밖에 안 되는 문자와 같은 것도 최대한 영상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었다. 또한 이모티콘이나 뮤직비디오, 의상 같은 것들도 그 시대에서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시대적 향수를 느낄 수 있게끔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시환은 “저는 31살이기 때문에 시대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다 겪어봤던 것들이다. 1990년은 제가 어린 나이에 겪었던 것이지만 사촌 형들의 경험을 떠올렸고 노래들도 다 알고 있던 노래들이라 익숙했다. 그런 부분들을 취하고 아닌 부분들은 찾아보고 웹툰도 참고하면서 몰입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의 중심인 서민기는 자신의 감정만을 우선시하며 서툰 흑역사를 써내려가는 연애 초보로, 찌질의 대명사와 공감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극중 내내 관객의 야유와 한숨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가수 박시환, 뮤지컬배우 박정원과 강영석이 열연한다.
강영석은 “제가 찌질함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며 “오히려 민기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다 아는데 얘만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슷한 경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정원은 “저는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해질수록 찌질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더 진실 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실제로 무릎을 꿇은 경험이 있다. 놓치기 싫었던 그런 행동들이 나왔고 그러면 용서해줄 줄 알았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찌질의 역사’는 모든 넘버가 대중가요로 이루어져있어 또 다른 추억까지 소환시킨다. 윤일상, 김형석, 김창환 등 국내 가요계를 이끌어온 작곡가들의 명곡, ‘아름다운 이별’, ‘이 밤의 끝을 잡고’, ‘챠우챠우’ 등을 3인조 밴드 ‘토끼굴’의 라이브 연주와 배우들의 열창에 덧입혀 스토리의 감성을 완전하게 이끌어냈다.
이에 안재승 연출가는 “대중가요가 섬세하게 사랑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있는 것 같다. 극을 위해서 작곡하고 작사를 하다 보면 대사에 맞는 부분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펼쳐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기존 대중가요에 익숙하신 관객 분들이라면 그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드라마 안에 잘 이입해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엮여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찌질의 역사’는 남성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여성 배우들의 열연이 유독 돋보인다. 서민기의 첫사랑이자 모든 연애 상대를 관통하는 권설하, 윤설하, 최설하부터 최희선, 오연정, 신유라 이 여섯 명의 인물을 4명의 여성 배우들이 소화해낸다. 뮤지컬배우 박란주, 정재은, 김히어라, 크레용팝 허민진까지 빠르게 전환되는 연출과 스토리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허민진은 “가발이나 의상 체인지가 워낙 빠르고 바빠서 어쩔 땐 머리가 눌려있기도 한다. 그런데 그만큼 시간도 빨리 가고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란주는 “저도 엄밀히 따져보면 다섯 명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희선이나 오연정 역할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역할인데 중간 중간에 밝은 캐릭터들로 해소를 시키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어른스럽고 속이 깊어 친구들의 연애를 책임지는 노준석 역의 윤석현, 손유동과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하는 모태솔로 이광재 역의 황호진, 박수현 그리고 연애에 있어서 소심한 권기혁 역의 송광일, 이휘종까지 주인공 서민기의 친구들은 극의 활기와 공감을 톡톡히 책임진다.

원작 웹툰 ‘찌질의 역사’ 시즌 1부터 시즌3까지 스토리를 재구성하며 관객들의 공감과 향수를 동시에 끌어내는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DCF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에서 8월 27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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