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삼성 합병 반대하면 국부 팔아먹은 이완용처럼"..특검 공개 진술서
2017.06.21 16:08
수정 : 2017.06.21 16:08기사원문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원회 회의 개최를 전후로 투자위원들에게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재판에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투자위원회가 열린 2015년 7월 10일 한모 주식운용실장은 휴식시간에 홍 전 본부장에게서 '(합병을) 반대하면 국부 팔아먹은 이완용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복수의 투자위원에게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신모 리스크 관리팀장을 만나서도 "언론 보도에서 합병에 찬성하면 삼성 편들어주기가 되고 합병에 반대하면 엘리엇 편 들어줘서 '이완용' 같은 사람 취급을 받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홍 전 본부장은 신 팀장에게 "잘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본부장이 합병 안건 의결 직전 이 부회장을 만난 뒤 투자위원을 불러 이 부회장에 대해 우호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합병 의결 3일 전인 2015년 7월 7일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삼성 측 견해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플랜B는 없고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 특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이 부회장에게 플랜B를 물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 부회장을 만난 다음 날 투자위원 중 1명인 이모 당시 해외증권실장을 불러 "이 부회장을 만났는데 사람이 겸손하고 재벌 아들 같지 않더라"면서 삼성 합병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해외증권실장이어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처지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는 과정에서 나눈 얘기"라며 "찬성해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