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매각 위한 언론플레이?

      2017.07.02 18:02   수정 : 2017.07.02 18:02기사원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이 96단 3D 낸드플래시를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업계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막 64단 3D 낸드 양산에 들어간 도시바와 WD가 업계 1위인 삼성전자보다 공격적으로 96단 양산 계획을 밝혀서다.

업계에서는 조인트벤처(JV)로 묶인 양사가 현재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 맞소송 중인 상황이라 차세대 낸드 개발은 더욱 '안갯속'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시바의 이같은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 "반도체 사업을 조기 매각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도시바와 WD는 지난달 27일 차세대 96단 BiCS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한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자 셀(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을 3차원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현재 양산 중인 최신 제품은 64단이다. 96단 3D 기술 개발 성공을 공식화한 곳은 도시바와 WD가 유일하다.

그러나 반도체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상장폐지를 걱정할 만큼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야 하는 연구개발(R&D) 여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것도 내년 3월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도시바와 WD가 96단 3D 낸드 기술을 개발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술 우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도체는 통상 시제품이 완제품으로 양산되기까지 신뢰성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낸드는 단수가 같아도 업체별 기술력이나 반도체 레시피에 따라 성능 차이가 커 단수가 더 좋은 성능을 보장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도 이미 96단 3D 낸드 개발에 성공했으나 양산을 장담할 수 없는 산업 특성상 대외적인 발표는 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양산 궤도에 오르는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며 "이 때문에 보도자료나 대외 홍보는 되도록 자제하고 본격적인 양산 시점까지 기다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시바의 입장에서 현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부각시켜 몸값이나 매각 속도를 올리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 굳이 이런 자료를 낸 것이 의심스럽다"면서 "도시바의 96단 3D 낸드 양산 시점은 반도체 사업 매각 후인 1년 뒤여서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도시바는 지난해 7월 기술에 성공한 64단 3D 낸드를 1년 뒤인 이달께 양산화할 예정이다.
낸드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보다 반년 빠른 지난해 말부터 64단 3D 낸드 양산에 성공, 올해 안에 생산의 절반 이상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낸드 시장에서 36.7% 점유율로, 2위인 도시바(17.2%)와 두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이어 WD(15.5%), SK하이닉스(11.4%), 마이크론(11.1%), 인텔(7.4%) 순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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