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사 택시 몰래 빌려 불법영업, 회사 책임 없어"

택시회사 소속이 아닌 운전자가 회사 택시를 몰래 빌려 불법영업을 했더라도 회사의 잘못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서울의 A택시회사가 서울 B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A택시회사에 부과된 과징금 90만원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택시회사에 근무 중이던 C씨는 지난해 6월 택시를 배차받아 근무하다가 택시를 빌려달라는 D씨의 부탁을 받고 차량을 빌려줬다.

얼마 후 C씨는 D씨로부터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가서 'D씨가 회사택시로 2회 영업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자술서에 서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D씨는 빌린 택시로 볼일을 보러갔다 돌아오는 도중 2차례에 걸쳐 손님을 태우는 등 영업행위를 했고 이 과정에서 앞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실을 B구청에 통보, 구청은 A회사에 소속 운수종사자가 아닌 자에게 운송사업용 자동차를 제공한 것은 운수사업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9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에 A회사 측은 "회사가 아니라 택시기사가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C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배차받은 차량을 타인에게 대리해 운전하게 한 경우' 해고 등 징계조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약서를 제출받는 등 택시운전자 준수사항에 관한 교육도 있었다"며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회사가 현실적인 행위자는 아니더라도 법령상 책임자로서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 없이 그 위반에 따른 법적 효과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A회사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회사가 C씨에게 근로계약 체결 당시 뿐만 아니라 배차받은 차량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는 금지대상이라고 교육해 온 것으로 보이고 차량 대여를 회사가 묵시적으로라도 용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C씨가 이전에도 동일한 행위를 한 전력이 있다는 등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만한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mail]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