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北 핵 보유국 되는 순간 협상 카드 사라져"
2017.09.20 20:30
수정 : 2017.09.20 20:30기사원문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 순간 협상 카드는 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수년간 국제제재 대상이 되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나아가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안보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북한과 미국을 연구하고 있는 고명현 연구위원(사진)은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은 득도 있지만 실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본사에서 만난 고 연구위원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다가 아니다. 북한도 딜레마"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북한의 협상력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과정에서 나왔던 것인데 핵 보유국이 되면 어느 나라든 채찍을 들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협상력은 사라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가용한 모든 자산과 노력을 들여 핵을 개발해 전략적 우위를 점했는데, 경제적으로 피폐해진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는 것이 북한의 딜레마라는 얘기다.
고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 핵 기술은 사실상 완성 단계이고 북한이 정치적인 스케줄을 짜 도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와 함께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은 한반도 위기관리 채널로 북·미·중 대화채널을 구축하고 한반도에서의 주도권과 함께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고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 된다면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북핵관리를 위해 마주앉게 될 것"이라면서 "바로 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북한이 원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핵 보유국의 입지는 다지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핵 보유국 인정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부정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은 북한을 공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고 연구위원은 봤다. 그는 "북·미 혹은 북·미·중 간 대화가 시작되면 북한은 평화안정을 보장받으면서 가장 먼저 경제제재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연구위원은 또 개성공단을 비롯해 전국 산단부지에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투자라는 명목으로 국제사회의 돈을 받아 북한 당국 뜻대로 운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800만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책을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에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것이 일관된 기조"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제재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앞으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 등을 통해 북·미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다가 결국 우리 정부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출구임을 확인시켜주려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