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100만명 돌파…3년 지나면 사실상 재기불능

      2017.09.21 17:46   수정 : 2017.09.21 17:46기사원문
국내 취약계층 대출 규모가 8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90일 이상 장기간 빚을 갚지 못한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신용불량자 중 절반 이상은 3년이 지나도 신용회복에 실패해 신용회복 불능상태까지 진행됐다. 취약계층 대출 비중이 전체 가계부채의 6.1%를 차지한데다 대부분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대출을 생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취약계층 대출 비은행 67%

한국은행은 21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의 대출 규모는 올 2.4분기 8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취약계층 기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자에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로 구분했다.
이 중 90일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는 104만1000면으로 전체 가계차주의 5.6%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는 29조7000억원으로 취약계층 대출 규모의 37% 수준이다. 전체 취약계층 중 3분의 1이 신용불량자인 셈이다.

신용불량자 중 절반 이상은 신용 회복에도 실패해 신용불능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4년 중 신규 채무불이행자 39만7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6월 말까지 이력을 추적해보니 신용 회복에 성공한 차주는 전체의 48.7%에 그쳤다. 빚을 갚지 못한 때부터 3년이 지나면 신용 회복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채무불이행 경과기간별 신용회복률은 채무불이행 발생 1년 이내가 29.5%로 가장 높았다. 1~2년 10.6%, 2~3년 7.5%, 3년 이상이 지나면 1.1%로 거의 불능상태였다.

취약계층의 금융기관별 대출 비중을 살피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이 67.3%로 은행(32.7%)의 2.1배 수준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제 2금융권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할수록 신용회복률이 낮다"며 "저축은행과 신용카드, 대부업 등의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신용회복률은 41.9%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신용회복률은 40.8%로 임금근로자(50.2%)보다 낮은 수준이다. 채무불이행자 중 3.6%는 신용회복 후 다시 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분석은 3년 6개월간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 과정을 추적한 결과로 장기간 추적.관찰하면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은행에 밀려난 중신용자, 비은행 몰려

최근 5년간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들의 제 2금융권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은행들이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만 주력한 나머지 중신용자들이 은행에서 비은행 신용대출로 밀려난 탓이다. 따라서 금리상승 압박이 본격화되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부담 및 부실 문제도 커질 우려가 지적됐다.

중신용자들이 비은행금융회사에서 빌린 신용대출 규모는 지난 2012년 이후 17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중신용자 대출은 11조7000억원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차주 신용등급이 대부분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면서 중신용자 대출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제 2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이 컸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출 중 중신용자 대출은 각각 63.7%, 60.2%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넓은 금리 구간에 퍼져 있다. 중신용자 대출의 약 74%가 금리 5~20% 구간에 분산됐다. 고신용자 대출은 대부분 5% 미만에 몰렸다.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도 전체의 13.5%에 달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 상호금융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소득 증빙이 갖춰진 중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다루지만, 저축은행 등은 신용도가 낮은 중신용자가 고객이라 고금리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1∼3등급 고신용자에 주력했다. 영업 초기이다 보니 중신용자 정보가 부족하고, 신용평가 모델 구축이 미흡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87.5%로 시중은행(78.2%)보다 높았다. 인터넷은행의 4~6등급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낮다.
인터넷은행은 11.9%에 그쳤지만, 시중은행 17.5%가 중신용자 대출이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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