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 희망도 없는 ‘청년 니트족’의 비극

      2017.10.21 09:00   수정 : 2017.10.21 09:00기사원문

대학 졸업 후 3년째 방황하고 있는 박철민(가명·28)씨는 꿈이 없다.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인문계로 진학했고, 대학 또한 떠 밀려서 가게 됐다.

박씨는 “처음에는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이은 탈락에 자신감을 잃어 포기했다”며 “사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게임을 하며 보낸다.
숙식이 해결되기 때문에 큰돈을 쓸 일은 딱히 없고 생활비가 필요하면 단기 알바를 통해 충당한다. 박씨는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 의지가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학업중단 예방센터 센터장) 선임연구위원의 ‘한국의 니트(NEET) 청소년 규모 파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무업 청소년은 147만 9천 명으로 추산됐다.


■ “노는 것이 좋다” 한국 니트족 비율, OECD 평균보다 높아

니트족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15~19세 24만 명, 20~24세 47만 5천 명, 25~29세는 76만 4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5~19세는 3%대, 20~24세는 13%대, 25~29세는 20%대를 유지했으며, 최근 3년간 25~29세는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15~24세는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니트족 비율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모든 연령 구간에서 OECD 35개국 평균보다 높았다. 2015년 기준으로 15~19세 24위, 20~24세 30위, 25~29세 28위를 차지했다.

니트족의 특성은 학업중단 당시 성적이 낮고 학습 부적응과 규범 위반 수준이 높았으며, 진로계획 및 진로 정보 탐색 수준이 낮은 반면 게임중독 수준은 높았다. 또한 심리상태는 자아 탄력성이 낮고 사회적 낙인감이 강하면서 충동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니트족으로 지내는 이유는 ‘노는 것이 좋아서(3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22.5%)’, ‘하고 싶은 게 없어서(18.3%)’ 등이 있었다.


■ 해외 니트족 비율과 주요 정책들 살펴보니..

EU는 니트족 비율을 줄이기 위해 2013년부터 ‘청소년 보장’ 정책을 실시했다. 15~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업중단 혹은 실업 후 4개월 이내에 교육, 훈련 및 고용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니트족 비율(2013년 13% → 2106년 11.5%)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세 가지 정책을 추진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역 지원센터를 운영해 가정방문 및 상담지원을 하고 정보 등을 제공했다. 15~39세 니트 청소년에게 취업연계 서비스를 하는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정책도 실시했으며 2015년 기준 전국에 150여 개 기관이 설치됐다.

공공 직업 안정소인 헬로워크와 청년을 위한 원스톱 취업지원 서비스센터인 잡 카페를 운영해 청년 취업지원도 했다. 일본은 2012년 이후 15~29세 청년 니트족이 줄어들었으며 지난해는 최저치인 164만 명(11.3%)으로 감소했다.

스코틀랜드는 2010년에 16+ 학습 선택권 프로그램을 통해 16~19세 청소년이 전환기 이전에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학습 기회, 지원, 재정 후원을 제공했다. 2012년에는 니트 추적 관리 시스템인 16+ 데이터 허브를 통해 학교, 지자체, 고용 연금부 등 데이터를 공유해 발굴하고, 정보는 청소년 지원, 통계자료 작성 등에 사용하고 있다.


■ 사회 재편입을 위한 프로그램과 안정적인 일자리 절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청년 니트족:실태와 정책’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소득 지원 등은 청년이 빈곤에서 벗어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지만 경제적 자립을 돕는 데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성공적인 이행 경로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업들의 태도 전환이 중요하고 청년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청년 니트족 비율이 높은 이유는 분절 현상 영향이 크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 고용 안정, 근로조건 등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기 때문이다.

분절화된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이 비효율적인 과잉교육으로 몰리기 때문에 교육에서 고용으로의 전환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결국, 안정된 일자리가 해결책인 것이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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