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완자제 도입 여부 놓고 ‘정면충돌’(종합2보)

      2017.10.30 20:55   수정 : 2017.10.30 20:55기사원문
정부와 여당이 ‘휴대폰 완전자급제(완자제)’ 도입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동통신3사는 통신 서비스만 판매하고, 삼성·LG전자 등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유통하도록 하는 내용의 완자제를 놓고 찬반 입장이 엇갈렸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완자제가 도입되면 이통업계 및 소비자 유통 구조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다음 달 출범할 ‘통신요금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역시 유보적 태도로 일관했다. 완자제 도입 논의 배경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유통망의 급격한 변화 및 소비자 불편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와 정의당 등 야당에서는 완자제 도입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향후 사회적 논의기구 및 국회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당정 및 업계 이해 당사자 간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이 최근 일부 의원을 직접 찾아가 제출·설명한 문건을 보면 완자제 도입시 소비자의 부담만 커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담당 부처가 부정적 인식을 조장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열린 첫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완자제를 도입해야 통신요금이 내려간다는 취지로 과기정통부 측에 빠른 정책 실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완자제는 법 개정사항으로, 국회 과방위에서 먼저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을 총괄하는 김용수 2차관이 종합국감에 앞서 직접 해당 의원들을 찾아가 완자제 도입시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김성수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을 ‘여론조작’으로 몰아세웠다. 이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완자제 도입시 단말기 제조사, 통신사, 대리점, 유통망,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다양한 만큼 정밀하게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검토하고 국회와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과정에서 완자제 도입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완자제라는 대형 이슈를 놓고 정면충돌한 것이다.

황창규 KT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 등 통신업계 수장들 역시 지난번 국감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에 이어 완자제 도입에 대해 '조건부 찬성' 등 신중론을 견지했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완전자급제는 사업자, 유통, 제조사, 소비자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깊은 토의가 필요한 사안이기에 여기서 찬반을 언급할 수 없다”며 “향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주어지면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완자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자제가 도입되면 당장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판매를 위해 유통점을 늘려야 한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지,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전가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통신요금 인하 등 장밋빛 낙관만 내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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