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출발부터 '삐걱'...녹소연 멤버 교체·완자제 논란 등

      2017.11.24 16:31   수정 : 2017.11.24 19:17기사원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민간위원 교체와 의제 논란 등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완자제) 등 중·장기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결성됐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 측 반대로 운영 초반부터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대다수 통신요금 정책은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향후 100일 동안 만들어낸 논의 결과물이 유명부실해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제2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 10일 열린 첫 회의가 위원장 선임과 향후 운영계획 및 논의의제 등을 정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2차 회의는 완자제 등 핵심쟁점에 대한 민관 위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완자제'는 이동통신통업계 및 소비자 유통구조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협의회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정부는 협의회 논의결과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보고해 입법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협의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협의회 구성 당시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민간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협의회 구성 안을 만들어 가져온 만큼 공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시민단체 부문으로 합류한 녹색소비자연대 핵심 인사가 최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롯데홈쇼핑 금품비리에 연루돼 녹소연을 협의회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녹소연은 그동안 완자제 도입 당위성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퇴출시 완자제 추진 여론도 힘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당 관계자는 “19대 국회 때 완자제 도입을 주장했던 인물이 전병헌 전 수석”이라며 “당시 법 개정작업을 했던 보좌진이 녹소연에서 활동하다 금품비리로 구속된 만큼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완자제 도입 명분을 내세울 만한 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협의회에 이름을 올린 녹소연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아울러 국회 과방위 안팎에선 내년 2월까지 약 100일 동안 진행되는 협의회의 논의 결과가 이후 국회 입법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논의 중간에라도 유의미한 내용이 나오면 올해 하반기 국회에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회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남은 정기국회는 각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라며 “예정대로 내년 2월에 입법 참고자료가 나와도 4월 임시국회에나 반영될텐데 6월 지방선거와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 교체 일정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사공이 너무 많아 제대로된 합의나 회의 진행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면서 "협의회가 제대로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위원이 교체되는 등 당초 예상됐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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