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동기, 기업들 단기채로 자금줄 ‘숨통’

      2017.12.19 15:57   수정 : 2017.12.19 15:57기사원문
금리 변동기 기업들이 자금 융통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조달처가 다변화 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회사채, 은행 차입에서 벗어나 ‘짧은 만기’가 매력인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분위기다.

특히 해운, 조선업 등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올해 잇달아 전단채 발행을 개시하며 자금줄에 숨통을 트기도 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은 이달 15일 3개월물 400억원 규모의 전단채를 처음으로 찍었다.

SK해운의 신용등급은 A-로 주로 사모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공모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모집하기에는 불안한 신용도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BBB+)도 올해 4월 처음으로 전단채 발행을 시작으로 꾸준히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달에만 800억원어치를 찍었다.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아 자금 융통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항공우주(AA-) 도 전단채 발행을 택했다. 회사는 올해 9월을 시작으로 11월까지 2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한국항공우주는 비교적 우량채에 속하지만 최근 분식회계, 방산비리 의혹 등 각종 비리에 휩싸이면서 차환리스크가 대두된 상황이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CP에 비해 발행과 유통절차가 간소하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전단채 발행 잔액 규모는 작년 12월 말 기준 8조4886억원이었으나 이달 19일 14조6230억원으로 1년 사이 72%(6조1344억원) 늘었다.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전단채 만기일은 3개월 미만으로 투자기간이 짧다. ‘짧은 만기’가 기관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아떨어지며 이들의 전단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들 회사채는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부담스러워 한다”며 “그러나 전단채 투자기간은 짧아 신용도가 불안하더라도 꾸준히 기관들의 수요가 몰린다”고 말했다.

연말 CP발행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364일물 CP 3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대우건설도 18일 57일물 500억원 규모 CP를 찍었다.

같은 날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도 줄줄이 CP 발행 행렬에 동참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할 신설된 현대로보틱스는 이달 들어 설립 이후 처음으로 CP를 발행했다.

이외 오리온, LIG넥스원, 이랜드월드, KCC, CJ 대한통운, 삼성물산 등도 CP 시장을 찾았다.

이달 19일 기준 CP 발행잔액은 47조6265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36조4036억원보다 30.8%(11조2229억원) 증가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단채, CP 등 단기채 투자로 보수적인 운영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단채는 기대 수익은 미미하지만 시중 예금 보다 금리가 높아 투자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기업들의 차입구조가 단기화 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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