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신과 함께’의 저승과 이승법 비교

      2017.12.24 09:14   수정 : 2017.12.24 09:14기사원문



살아있다면 반드시 가야하지만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곳, 어느 누구도 다녀온 적이 없는 곳이 바로 사후의 세계이다. 사람들은 저승이 미지의 세계이기에 두려워하면서 수많은 상상을 한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은 망자가 저승에서 49일간 7개 지옥 재판을 거쳐 환생여부를 판단받는 과정을 그린 한국 정서의 판타지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는 최고의 인기 웹툰이기도 하다.

저승에 간 망자 김자홍(차태현 분)은 세 명의 차사들(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분)과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의 7개 지옥의 재판을 받는다.
이처럼 저승에서 문제 삼는 것들이 이승법에도 규정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살인’은 이승에도 살인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살인죄의 유형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살인죄뿐만 아니라 존속살해죄, 영아살해죄, 촉탁·승낙살인죄, 사람을 교사 방조하여 자살하게 하는 자살교사·방조죄 등이 있다.

영화처럼 김자홍이 직접 살해한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로 인해서 우연히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살인의 고의가 없어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고, 과실치사죄로도 처벌되지 않는다. 김자홍의 행위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나태’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어도 그 자체로 처벌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찾아보자면 도박죄나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 성립하는 직무유기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짓’ 역시 그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명예훼손죄, 신용훼손죄,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거짓말을 통해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사기죄,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 받게 하려고 허위 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불의’ 즉, ‘의’를 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착한 사마리안법(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피해가 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위험을 구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의를 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당방위의 경우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현실은 어떤 면에서 불의를 보면 참으라고 권하는 경향이 있다.

‘배신’도 그 자체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반인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행위를 통해서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배임죄,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뇌물 수수, 요구, 약속하면 수뢰죄 등으로 처벌된다.

‘폭력’은 현실에서도 폭행죄, 상해죄 등으로 처벌된다. 김자홍이 친동생을 때린 것은 폭행죄나 폭행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폭행하는 경우에는 존속폭행죄로 중하게 처벌되지만 동생이나 직계비속을 폭행하더라도 중하게 처벌하지는 않는다.

‘천륜’에 어긋나는 행위는 법적인 처벌보다 도덕적 비난이 더 크다. 김자홍이 어머니를 살해하려고 한 것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려고 한 것이므로 존속살해죄 등으로 보통살인죄보다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자기의 직계존속에는 입양하지 않은 계부, 계모는 포함되지 않는다. 생부는 혼인외 출생자를 인지하여야 직계존속이 되지만 생모는 인지와 상관없이 직계존속이다.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로서 생존한 배우자를 의미한다.

작품 속의 저승법은 행위보다는 동기를, 형식적 진실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법보다는 도덕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영화는 저승의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삶을 형식적인 법의 기준보다 도덕과 양심의 기준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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