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서울 경쟁상대는 파리·런던… 한국을 견인하는 도시 만들것"

      2018.01.07 19:38   수정 : 2018.01.07 21:55기사원문

지난 4일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는 벽면 한쪽 전체를 뒤덮고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반짝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궁금증이 담긴 시선이 모아지자 박원순 시장은 "이거 한번 보여드릴까요"라며 스크린을 터치했다. "화재가 발생했네요. 종로 무궁화동산 여자화장실 환풍기에서…. 발생시간은 이날 오전 10시44분(인터뷰 당시 시간은 오전 11시5분께). 인근 CCTV를 확인한다며 스크린을 터치하는 그의 손이 분주하다.

"큰 화재가 아니라서 육안으로 안보인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해당 소방서장까지 전화연결할 수 있고 빅데이터로 현장의 모든 것이 다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형 스크린은 '디지털시민시장실'이다.
그야말로 서울시 행정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실시간 물가 등 서울시의 상황을 한눈에 다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구축하는데 3년이 걸렸다. 청와대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대담=김태경 정책사회부장

또 다른쪽 벽면은 지난 6년 동안 박 시장이 다뤘던 정책들을 파일로 손수 정리해 빼곡히 메웠다. 박 시장은 파일 제목만 보고 내용을 술술 읊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 꿰고 있어 해당사업 담당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번 3선 도전도 서울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자치분권,균형발전론자인 박 시장. 서울시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박 시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서울시장 3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공식 출마선언은 아니었다. 기회를 따로 가질 것이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혁명과 관련한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 이렇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강산이 변하는데 10년이 걸리는데 시민의 삶을 바꾸는데도 10년이 걸리지 않겠나. 그런 의미다.

―문재인정부는 지방분권을 천명했다. 부유한 지자체, 가난한 지자체 등 지방재정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그 부분을 설명하는데는 두가지 단어가 필요하다. '지방분권'과 '지방균형'이다. 일단은 분권이 돼야한다. 예산도 국세와 지방세가 8:2인데 OECD 평균은 5:5 수준이다. 평균은 가야한다. 이 비율을 7:3을 거쳐 6:4까지 가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에 있어서는 저는 균형발전론자다. 서울에 모든 자원이 집중돼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권 규제 해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불가피한 규제는 필요하다. 공공기관,공장, 대학 등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공공기관들이 많이 이전했다. 이런 현상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과거 1970년대 국가 성장을 견인했던 기관들이 이전한 자리에 혁신사업으로 빈 자리를 채워야하는 이유다.일례로 홍릉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고려대, 경희대, 키스트 등이 위치한 이곳에 건물을 지어 바이오메디컬 벤처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서울에 대부분의 병원이 다 모여 있다. 서울과 수도권 2500만, 더 나아가서 KTX로 일일생활권이 돼 전국 5000만 국민이 서울로 병원에 온다. 여기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를 주목해서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송, 대구, 제천 같은 바이오 도시들과도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한다.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연구개발(R&D)이나 스타트업 기업은 이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은 지방도시들과 경쟁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파리, 런던, 뉴욕, 도쿄다.

―재정격차 확대, 해소방안은.

▲전라남도는 재정자립도가 20~30% 밖에 안된다. 서울은 80%다. 지금 전남도지사는 신발이 닳을 정도로 국회에 와서 살아야한다. 이런 지자체에는 재정을 확충해줘야 한다. 서울의 책임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책임이다. 재정분권으로 국세를 지방세로 바꿔주면 서울이 아무래도 재정 여력은 많아지지만 일부는 상생기금으로 내놓겠다. 서울에는 대기업 본사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이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 정책으로 중앙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렇다고 서울시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새로운 기회로 대체했다. 인구는 당연히 줄었지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파리의 경우도 인구가 250만명 밖에 안되지 않나. 서울을 배경으로 사업도 하고 출퇴근도 한다. 오히려 지방도시로 이전해갔는데 그 지방도시에 활력이 생겨났느냐를 주목해야 한다. 하드웨어 이식은 했는데 소프트웨어 이식도 필요한 대목이다. 나주로 한전을 이전했으면 나주시 전체를 대안적 에너지 도시로 탈바꿈하는 그런 소프트웨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져야 지방마다 특색있는 도시가 된다. 보육, 교육, 주거, 문화생활 등 지역특색에 맞게 향토성을 살려 개척하는 게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북한과 평화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나.

▲서울을 사랑의 도시, 평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서울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실제 경쟁력에 비해 디스카운트가 많이 돼 있다.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 경제적으로 훨씬 더 발전할 여지가 많다. 남북관계가 진전돼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만큼 복원되면 기회가 활짝 열린다. 평양과 서울이 수도로서 본격 협력에 들어가고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체가 조성되는 한편 대륙간 철도까지 연결되면 대한민국 서울의 안보리스크도 자연 해결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새로운 번영기를 맞이할 것이다. 서울시는 평양과 관계 진전을 위한 포괄적인 준비를 이미 완료했다. 이와 연관된 10대 정책도 발표했다. 평양 도시화, 대동강 역사유적 유네스코 등재, 남포공단에 서울의 경공업 중심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나.

▲중앙정부와 찰떡궁합이다.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 비전과 철학도 거의 비슷하다. 서울시 실무팀도 협의 중이다. 청와대에도 서울시에서 간 분이 많다. 대체로 활동이 유사하다. 협력에는 문제가 없다.

―이전 서울시장들은 토목 쪽에 치중을 한 반면 시장님은 다른 것 같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발전한 나라에서 토목공사는 잘 안한다. 기존의 시설들을 재생해서 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전혀 안하는건 아니다. 실제 만든게 많고 앞으로 추진할 사업들도 꽤 많다. 최근 구본무 LG 회장을 만났다. 마곡 지역의 LG사이언스파크가 벌써 완공 시기가 도래했다. 4조원이 투입된 LG사이언스파크는 이미 진행이 많이 됐다. 제가 와서 설계가 된 것이다. 또 정부 예타조사가 끝난 영동 국제교류복합지구도 빠른 진척을 보일 것같다. 무역협회와 함께 12만㎡ 규모의 야구장을 옮겨서 추진한다. 코엑스 하나 가지고 마이스(MICE) 산업이 세계 3위까지 왔다. 관광의 핵심이 마이스다.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인 홍릉 프로젝트가 있고 창동지역도 2만명이 들어가는 공연전문 홀 아레나를 만들고 있다. 토목이 반드시 나쁜건 아니다. 다만 제 시기에서는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토목을 많이 하고 있다. 제물포 터널,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중랑천이 생태적으로 돌아온다. 창동에서 강남까지 지하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역점사업은.

▲정책의 연속성이 정말 중요하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한 모든 것이 이런 정책의 연속성에서 이뤄진 성과다. 우선 3가지에 집중하겠다. 첫번째는 젊은이들이 누구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출산할수 있는 사회다. 저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가 출산, 보육을 책임져주고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두번째는 복지다. 서울은 복지 예산을 4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이상 늘렸다. 복지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에도 투자하겠다. 홍릉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양재 R&D 등이 혁신성장의 원천이다. 세번째는 평화다. 한반도만이 아니라 서울이 북한을 넘어 실크로드로 뻗어가야 한다. 서울에 머물지 않고 평양,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도시를 수출하는 시대를 열 것이다.


―대권 도전은 진행형인가.

▲지금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가 대한민국 수도로서 빛나는 정책과 사업을 벌이면 그게 대한민국 전체를 견인한다.
지금은 서울을 잘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저의 임무다.

정리=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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