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깃든 독일·오스트리아 시장, 직접 생산한 순수 유기농으로 프리미엄 판매
2018.01.10 19:21
수정 : 2018.01.10 22:31기사원문
#1. 독일 뮌헨의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은 유기능 제품만을 판매한다. 상품들은 모두 상인들이 직접 생산한다. 생산자들이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직거래 시장인 셈이다.
#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슈란넨 시장'의 가장 큰 자랑은 장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이다. 사업체가 아니라 장인들이 운영하는 정육점이 10개 이상 위치해 있다. 이 정육점에는 고유의 레시피가 존재해 다른 시장이나 슈퍼마켓과 차별화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통시장이 21세기에도 고객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장인정신'이다.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과 슈란넨 시장은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 곳'이라는 전통시장에 대한 편견을 깨고, 특별한 방식으로 만든 상품을 살 수 있는 '프리미엄 마켓'으로 성장했다.
■상인이 직접 만든 유기농만 파는 강소시장(强小市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은 빅투알리안, 비너, 엘리자베스시장과 함께 독일 뮌헨의 4대 시장으로 꼽힌다. 1900년대 초 형성된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의 모습은 여러 번의 재정비와 재건을 거치며 크게 변화했지만, 고유한 특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100년을 거치며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은 순수 유기농시장이다. 오로지 유기농 제품만 판매한다. 판매되는 상품들은 모두 직접 생산된다. 생산자들이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근교 화원과 접경지역인 다하우(Dahau)에서 생산자가 직접 재배한 꽃을 판매하는 상점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특화됐다.
원산지를 근교에 두는데다 상품 신선도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가격이 아주 저렴하진 않다. 그러나 특별히 지역상품을 취급하고 근교 산지로부터 직접 공급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고 단골고객도 세월이 지나며 늘어나고 있다.
파징어빅투알리안 시장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많은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지만 원활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쇼핑 전용' 시장"이라며 "오히려 이곳 상인들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다"고 전한다.
실제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교통과 높은 고객 만족 서비스를 통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총괄담당자를 통해 시장 관리와 운영이 이뤄지지만 시장에 대한 규제는 많지 않다. 온전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초점을 둔다.
시장 관계자는 "관리자와 상인들은 제품별 상점 구획분포와 상품진열(MD)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하고 고객들의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시장 뒤편에 만든 자동화 쓰레기 처리시설과 입주한 점포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배달 트럭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프리미엄 시장
오스트리아 미라벨 궁전 맞은 편에 위치한 슈란넨 시장은 빈에 있는 나슈 시장, 브룬넨 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육류 및 유제품은 상인들이 직접 생산한 것이다. 이곳에 가는 이들이라면 모두 한 입씩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곤 한다.
'전통시장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과 달리, 이 시장에서 파는 상품들은 매우 높은 품질의 고가 상품이다.
슈란넨 시장 관계자는 "고가의 신선하고 좋은 상품 덕분에 노년층 고객이 많다"면서도 "시장 자체가 경함하기 흥미롭고 요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젊은 방문객도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을 둘러보면 상인의 나이가 적지 않다. 상인들이 오랫동안 상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장사를 해왔기 때문.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 상인을 전면에 배치한 한국 시장과 다르다. 상인의 나이와 계층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관계자는 "우리 시장은 생필품을 구매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체험과 여가를 통한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