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백두혈통' 김여정 첫 訪南..여유있는 태도로 실세 면모
2018.02.09 17:05
수정 : 2018.02.09 17:05기사원문
이날 우리 땅을 밟은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단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지만 실질적인 수장이 김여정 부부장이라는 점은 첫 만남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북한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는 이날 오후 1시46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통일부 조명균 장관과 천해성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들을 맞았고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하기 전 접견실에서 20여분간의 짧은 환담을 가졌다.
조 장관의 안내에 따라 접견실에 들어선 김 상임위원장은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인 의자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 뒤 김 부부장에게 손짓을 보냈다. 조 장관의 맞은편 자리인 상석에 앉으라는 양보의 표시였다. 김 부부장은 이를 사양하며 김 상임위원장에게 상석에 앉기를 권했고, 이후에도 북한의 두 권력자간 양보는 한두 차례 이어졌다.
결국 상석에는 단장인 김 위원장이 앉았다. 그러나 서열상으로도, 나이로도 윗사람인 김 위원장의 양보는 김 부부장이 이번 대표단의 '실세'라는 점을 방증한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의 여동생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의 여유로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희고 맑은 피부의 김 부부장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접견실에서 상석을 양보한 뒤에도 다른 모든 사람이 앉을 때까지 서 있다가 마지막으로 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때때로 턱끝을 들어올리며 도도한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공개 석상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을 반긴 우리측 대표단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남북이 오랜만에 가진 만남이었으나 접견 분위기가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가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먼"이라며 먼저 농담을 건넸고 날씨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김 위원장은 "지금 대기 온도가 몇 도나 되나"면서 평창의 날씨를 물었고 조 장관은 "많이 풀렸다"면서 "며칠 전까지도 꽤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니 날씨도 그에 맞춰 따뜻하게 변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예전에도 우리가 동양예의지국으로 알려진 그런 나라였는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환담을 마친 뒤 곧바로 공항과 연결된 KTX 역사로 이동했고 2시34분께 열차에 탑승해 평창으로 향했다.
2박 3일간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북한 대표단은 이날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다. 개회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는 김 위원장만 자리한다. 문 대통령은 리셉션장에서 김 위원장과 첫 인사를 나눈 뒤 김 부부장과는 개회식장에서 조우할 전망이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