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엔 무용지물" 자율주행차 기상변화 대응 난제로
2018.02.11 18:58
수정 : 2018.02.11 18:58기사원문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악천후 등 기상변화 대응이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눈, 비바람, 안개 등 날씨가 악화되면 자율주행차의 주변 사물 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전용 실험도시 'K-시티' 내부에 다양한 기상환경을 구현 및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온화해 라이다(LiDAR.레이저 기반 물체인식기술) 등 자율주행센서가 악천후에 대비하는 실험을 할 기회가 적었다. 이에 따라 구글(웨이모), 우버,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테스트를 해 온 글로벌 업체들은 눈, 비, 안개 등 기상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로 옮겨 자율주행기술 개발 및 테스트에 나섰다.
이는 곧 자율주행 후발주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3차원(3D) 초정밀지도(HD맵)와 라이다 개발 초기부터 악천후 대응 기술을 반영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추격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개막 첫날에 내린 폭우로 인해 '나브야(Navya)' 등 자율주행버스 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반면 영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라이다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비교 분석하는 형태로 빗길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악천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사전에 개발한 덕분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 4월 개방한 15만㎡ 규모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J-타운'에 강우와 강설 등 악천후는 물론 해가 뜨고 지는 환경에서 자율주행 센서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K-시티에는 아직 기상환경 대응전략이 미미하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교차로, 지하도, 터널 등 다양한 환경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구간을 마련했지만, 정작 악천후 자율주행 테스트 공간은 없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본처럼 악천후 등 다양한 기상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시설을 터널 형태로 K-시티에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며 2019년 예산을 확보해서 오는 2021년까지 강우, 강설, 안개 시설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기상 테스트 구간 완공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통신기술 관련 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에 고성능 라이다 등 수많은 센서를 탑재해도 날씨에 따른 제약을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며 "5G 등 통신망이나 HD맵 등으로 눈 덮인 도로에서 길을 찾을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수많은 테스트가 반복돼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