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 서해어업관리단 주무관 "여성 첫 어업지도선장 될 날 꿈꿔요"

      2018.02.11 19:29   수정 : 2018.02.11 20:17기사원문

"어업감독 공무원은 바다 위에서 근무하고 거친 어업지도단속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서해안을 지키는 서해단 무궁화2호에서 '최초의 여성항해장'이란 꿈을 품고 우리 해역을 지키고 있는 최정윤 서해어업관리단 주무관(사진)의 말이다.

최 주무관은 "현재 어업관리단에는 20여명의 여성 직원이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 국가어업지도선 최초로 여성 선장이 나오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주무관이 근무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어업관리단은 한번 출동을 하면 열흘 이상 바다에서 생활하며 불법조업어선을 감시하고 단속하며 우리 해역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어선 지도.단속을 담당하는 무궁화2호(1262t급) 소속으로 1년에 170일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고 있다.


최 주무관은 "단속요원으로서 불법어업을 지도.단속할 때 직접 선박에 올라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서류 작성 시 보조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어업지도선은 남성 직원 비율이 높은 곳이다. 현재 바다에 나가는 여성은 서해단에서는 최 주무관을 포함해 8명이며 동.서.남해단을 통틀어 20여명의 여성직원이 근무 중이다.

최 주무관도 "지난 2016년 1월 처음 승선할 때만 해도 여러가지로 참 낯설었다"며 "바다 위에서 근무하며 위험한 순간들을 함께 겪어가다 보니, 서로를 남성과 여성이 아닌 동료와 가족으로 여기며 더욱 의지하고 배려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처음 근무한 2016년에는 야간에 날씨까지 좋지 않을 때면 수십, 수백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이 한꺼번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을 넘어와 침범조업을 했다. 단속정을 직접 타고 나가 단속활동을 펼칠 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철망으로 무장한 중국 무허가 어선의 불법 어구를 압수하는 등 성공적으로 단속활동을 했을 땐 그 어느때보다 보람을 느꼈다는 게 최 주무관의 설명이다.

거친 바다에서 일하는 어업감독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이유에 대해 "지도선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아버지의 지도선 생활사는 저에게 늘 꿈과 모험심을 심어주었다"고 회상했다. 최 주무관은 "1980년대 말 출동 당시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 선외창이 깨지고 바닷물이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전기마저 끊어진 채 비상조타기로 일일이 항로를 작도 해가며 가까스로 귀항했다던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생생히 가슴 속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 주문관은 최근 점차 정교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는 중국 불법 어선들의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열을 가하면 지워지는 특이잉크를 사용하여 조업일지를 조작하는 중국 어선을 적발했다"며 "앞으로 같은 조업일지 기재 위반사항이나 입·출역 시 보고이행여부, 어업활동 정지기간 중 조업행위와 같은 서류 조작, 실제선박과 다른 엔진번호명판을 탈·부착 하는 등의 불법 행위 등을 저지하기 위한 단속 기법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해역을 든든하게 지키는 요원이지만 집에서는 5살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최 주무관도 처음 잠든 아이 모습을 보며 도망치듯 일터로 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육아와 지도선 생활을 병행할 여성 직원들에게 "당장은 아이와 떨어져 근무를 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먼훗날 아이는 그동안 엄마가 가족을 위해, 국가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 주무관은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전공을 살려 한·중 어업협정사항 수행 등 EEZ 관리업무의 감시·감독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더 나아가 아버지처럼 최초의 여성 항해장, 최초의 여자선장으로서 지도선을 지휘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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