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KT&G 사장 연임 논란 개입, '의결권 행사 강화 vs. 관치 논란'
2018.02.27 16:35
수정 : 2018.02.27 16:35기사원문
국민연금이 KT&G 사장 연임에 문제를 언급하며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의결권 행사 강화 기조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KT&G 사장의 2대 주주로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국민연금까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장연임 과정을 추궁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vs. '관치 논란'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 차원에서 언급됐던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 '스튜어드십 코드'가 최고경영자(CEO) 연임 제동을 첫 과제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논쟁이 거센 가운데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가 몰고올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민영화된 옛 공기업 사장 교체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야권에선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충돌 또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이례적 관여, 본격 행보 예고
27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정무위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일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KT&G에 심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이사회를 비롯해 산하 위원회 의사록 사본까지 요청했다.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도 지난해 12월말 기준 9.61%로 기존 대비 소폭 늘어나면서 최대주주로서 영향력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공문을 통해 백복인 현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식회계 의혹과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언급하며 백 사장 연임 과정을 추궁했다는 점에서 이미 반대 의사를 타진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백 사장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까지 구체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활발하게 행사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KT&G의 최대주주였음에도 경영과 관련해 이사회 측에 어떠한 질의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장 연임에 대한 첫 질의 배경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꼽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기업은행은 사장 후보로 확정된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보유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백 사장 차기 사장 선출과정의 불공정성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CEO 리스크를 주장, 새로운 사외이사 2명도 추천했다.
이에 대해 KT&G 이사회는 사장후보 추천 심사는 내부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백 사장이 지난 2011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주도했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이사회 차원의 자체 검증도 거쳤고 최홍식 금융감독원장도 "특별한 혐의를 못봤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반박했다.
■관치논란 제기..정치권 충돌 불가피
정권 초 오너가 없는 공기업 출신 민영기업 CEO 교체 시기가 임박하면서 정부 지분이 담긴 기관의 민영기업 경영 압박은 연임 제동 외에도 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 사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자칫 낙하산 논란과 결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사장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그에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국내 정치권에 또 다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와 달리 원내 제1야당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부당한 경영권 행사에 대해 나름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사장 선임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용인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같은당 김종석 의원도 "KT&G에 대해 국민연금도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는데 이같이 나선 배경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이 쌓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