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中 IT 공룡들, 전기차에 돈 쏟아붓는다

      2018.03.11 10:59   수정 : 2018.03.11 10:59기사원문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네바 모터쇼. 2018 제네바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전기차'였다.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세계적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를 선보였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할 막연한 미래산업이 아니라 이미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주요 기업들이 전기차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전기차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003년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테슬라다. 이후 십여 년간 전기차 개발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IT 공룡 3인방이 잇따라 전기차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어 중국 IT 공룡들의 전략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 단순 이동수단 아닌 새 '플랫폼'...IT공룡이 눈독 들이는 이유
11일 관련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IT공룡 3인방의 전기차 사업 투자액이 총 8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96조원 가량을 전기차에 투자했는데, 중국 IT 기업 3개사가 자동차 업체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단번에 투자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들어간 자금은 3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샤오펑과 손을 잡음으로써 차량 기반 인터넷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바이두는 텐센트와 함께 신생 전기차 업체인 니오(NIO)와 WM모터스에 2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텐센트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3월 18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지분 5%를 매입했다.

중국 IT기업들이 잇다라 전기차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가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진화하는 핵심적 기반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를 '굴러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기초기술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전기차 투자를 결정하면서 "스마트폰의 주기능이 전화가 아닌 것처럼 미래의 자동차는 80% 이상의 기능이 교통과 무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과 자율주행 기능이 합쳐져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등 새로운 소비패턴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한 몫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도 중국 IT기업들의 전기차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기차 기술 선진국이 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고속성장을 이어온 중국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 주범은 석탄과 자동차 배출가스다. 대기오염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자동차를 보급하는 것이다.

세계 1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쓴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친환경차(NEV) 쿼터(할당) 정책'을 공표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거나 수입해 판매하려면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포함해야 한다는 강력한 규정이다. 2019년 10%를 시작으로 매년 그 할당량을 2%씩 올려 2025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게 목표다. 이 중에서 중국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게 바로 전기차다.

■ 전기차, 인공지능 탑재 자율주행차로 진화 중
나아가 전기차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발판이 된다. 자율주행차가 주로 전기차를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내연 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유지비용과 환경 오염도 역시 현저히 낮다.

자율주행차의 대부분의 기능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구현된다. 때문에 안전 요소를 제외하면 차체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자동차도 AI 없이는 속 빈 강정이다. 완성차 업체와 IT 기업의 협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베이징 자동차의 쉬 허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석상에서 "2020년에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300만대가 넘을 것이며, 이중 상당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300만대는 국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인 400만대에 버금가는 수량이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1% 미만에 머무른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전기차 쿼터제를 본격 시행하면 세계 전기차 생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플랫폼에 보장된 수익까지, 돈 냄새를 맡은 기업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전기차 굴기 야심을 실현하고 있는 중국이 IT기업을 내세워 미국과 유럽이 가진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뺏을 수 있을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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