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고흥 갯벌에서 캐낸 낙지랑게~ 봄기운 나게 한사발 자시게"
2018.04.12 17:00
수정 : 2018.04.12 17:00기사원문
【 고흥(전남)=조용철 기자】 4월의 바다가 화창한 봄햇살을 받으면서 한층 에메랄드 빛이 짙어졌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가다 보니 전남 고흥에 닿았다. 고흥에는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화사한 꽃내음과 함께 봄소식이 한창이다.
고흥반도의 아름다움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울창한 나무, 숲과 함께 먼 우주를 향하는 최첨단의 우주센터도 있다. 여수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만과 보성쪽 득량만 쪽빛 바다 한가운데 길다랗게 뻗은 고흥반도 여행길은 소록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쪽 코스와 나로도 방면 동쪽 코스로 나뉜다. 고흥반도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보면 섬과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갯마을 풍경과 마주하며 다도행 풍경의 진수를 즐길 수 있다. 썰물 때에는 그저 볼품없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던 섬들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경이로운 장관을 여행객들에게 선사한다. 거금도, 나로도, 소록도, 연홍도, 우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섬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매력을 품고 여행객을 맞는다.
하루에 한번씩 갈라지는 바닷길 걷다보면… 드넓은 갯벌 품은 우도
고흥 현지 사람들에겐 득량만은 어머니 품속 같다. 득량만의 안쪽 깊숙한 곳을 바라보면 우도가 보인다. 고흥군이 추진한 '관광테마의 섬' 개발사업 이후 '가족의 섬'으로 불린다. 우도는 날마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으로 유명하다. 하루 한 번씩 간조 때 12시간 정도 바닷물이 빠지면서 육지와 이어지는 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도 내에 있는 마을은 본래 소섬 또는 쇠이라 불렸다고 한다. 고려 말 우도에 맨처음 들어와서 살던 황모씨가 섬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가로 13m, 세로 8m 가량 되는 암석이 있어 살펴보니 소머리형이 분명하므로 붙여진 이름으로 이를 음역해 우도라고 이름지었다. 이 섬에는 자생하는 대나무가 많아 황씨 후손들은 임진왜란 당시 화살을 만들어 국가에 바쳤고 그 화살로 대승을 거뒀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우죽도(牛竹島)'라고 칭하다가 '죽' 자를 없애고 우도라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도는 남양면 중산리의 길이 1.2㎞ 노둣길을 통해 육지와 연결돼 있다. 징검다리를 의미하는 노둣길은 하루 두 차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삶의 통로다. 소의 머리를 닮아 우도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곳은 소처럼 우직하고 듬직한 기운이 넘쳐난다. 이같은 기운을 받아 펼쳐진 갯벌 속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터를 잡고 여행객들을 반긴다. 바닷길이 드러나는 때는 매일매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우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물때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필수다.
우도와 연결된 육지인 중산마을까지는 광주에서 승용차로 1시간10분가량 걸린다. 중산마을에서 우도까지 거리는 1㎞ 남짓으로 물때만 제대로 확인하고 간다면 우도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도로 가는 길은 소형차 한대가 다닐 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다. 굳이 차량을 이용해 섬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광활한 갯벌을 거닐며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걸어가는 것도 추천한다.
우도로 들어가는 길 주변으로 펼쳐진 드넓은 갯벌을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닷물이 빠지면 청정 갯벌에는 굴, 바지락, 꼬막, 게 등 해산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우도에는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3㎞ 정도의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가 조성돼 있다. 이 일주도로는 남도 바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맞이하는 저녁 풍경도 아름답다. 고흥 10경 가운데 하나인 '중산 일몰'이 바로 이 바다에서 펼쳐진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 무성한 봉래산… 그리고 황홀한 낙조
고흥반도 왼쪽으로 가면 소록도가 있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봉래산이 있다. 봉래산으로 가는 여행길에는 아름다운 다도해 전경과 2만여 그루의 삼나무,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만날 수 있다. 나로2대교를 지나 봉래산으로 가기 위해선 봉래면사무소에서 나로우주센터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의 무선국 주차장이 시작점이다. 일반적으로 봉래산 정상에 오른 뒤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지나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거리는 약 6㎞ 정도로 천천히 걸어도 2~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바로 앞에서 길이 나뉘어진다. 왼쪽은 편백숲, 오른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에는 수령 100년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삼나무 9000여그루와 편백나무 1만2000여그루가 산등성이에 병풍처럼 들어앉아 있다. 아침 햇살이 퍼질 때 바라보면 뾰족한 화살촉 모양이다. 모양새가 마치 나로우주센터에 세워진 로켓과 닮았다.
밤하늘의 별처럼 섬이 많은 고흥 앞바다의 다도해 풍경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팔영산, 천등산, 거금도 적대봉 등에 올라야 하지만 시간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행객들로선 선택하기 어려운 코스 중 하나다. 방법은 있다. 마복산을 찾으면 된다. 영남면 쪽에도 바닷가를 바라보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바로 옆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미산 아래 용암마을은 고흥 8경 중 6경인 용바위를 품고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옛날옛적에 용이 승천하면서 타고 올랐다는 바위산으로 유명하다.
오는 5월 12일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선 고흥 미르마루길 걷기축제가 열린다. '자연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이란 주제로 열리는 미르마루길 걷기축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지역의 특색 있는 우수 걷기축제에 선정됐다. 고흥읍에서 나로대교를 건너 동일면에 가다보면 형제섬과 만난다. 형제섬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에게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해변과 섬을 둘러 볼 수 있다.
꽃낙지, 피굴, 삼치회… 직접 찾아가지 않고는 만날 수 없는 ‘고흥특식’
뽀얀 국물에 담긴 굴 알맹이들이 통통한 '피굴'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파는 가게가 별로 없다는 '낙지팥죽'까지 고흥에는 직접 오지 않고서는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향토음식이 넘친다. 껍질이 있는 굴국이라는 의미로 굴을 껍데기째 삶은 뒤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윗물만 따라내어 차갑게 식힌 굴국물에 삶아낸 굴살을 넣은 요리인 피굴을 현지 사람들은 겨울부터 초봄까지 주로 먹었다고 한다. 팥과 함께 낙지를 끓인 구수한 낙지팥죽도 이색적인 음식 중 하나다.
녹동항을 근거지로 한 금산 앞바다, 나로도, 초도, 거문도 해상에서 집중적으로 잡히는 꽃낙지는 봄이나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다. 갯벌에서 바로 잡아 참기름과 함께 깨소금, 계란 노른자에 비벼먹는 꽃낙지 맛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국물이 시원한 낙지연포탕과 낙지를 살짝 익혀 양념해 볶아 먹는 연포구이는 산낙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삼치는 청정해역 거문도와 나로도 근해에서 주로 잡힌다. 맛이 부드럽고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삼치는 지방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삼치를 김에 싸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와 곁들여 먹어도 별미다. 드넓게 펼쳐진 고흥 앞바다 갯벌에서 많이 잡히는 고흥 꼬막은 다른 꼬막에 비해 알이 크고 검은 빛을 낸다. 고단백 저칼로리의 알칼리 식품인 꼬막은 영양도 뛰어날 뿐 아니라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어린이들 성장이나 병후 회복식으로도 좋다. 고흥의 바지락은 감칠맛이 풍부해 주로 맑은 탕으로 끓여 먹는다. 봄철엔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므로 진달래꽃이 필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