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 장소 둘러싼 신경전 '팽팽'
2018.04.16 17:24
수정 : 2018.04.16 17:24기사원문
오는 27일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여부를 판가름할 북·미 정상회담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인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를 놓고 관련국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는 북·미 양측이 제시한 평양과 워싱턴DC 등이 제외되는 모양새여서 '제3의 장소'인 제주도와 괌이 부각되고 있다.
■남북회담 결과에 북·미 일정 달라질듯
16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핵화 관련 성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인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실무진 교체 등으로 회담일정이 늦어질 우려도 제기했지만 이미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정상 간 '빅딜'이 있다면 일정은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 간 '빅딜'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비핵화의 성과가 나온다면 오히려 빠른 속도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제주와 괌 '평화의 상징'은 어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어느 곳이 낙점되느냐에 따라 상징성과 함의가 달라진다. 이미 북한이 제시한 평양, 미국이 제시한 워싱턴DC는 물 건너갔다. 양측 다 정치적 부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거리를 중심으로, 이동하기 쉽고 가까운 몽골 울란바토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몽골은 6월에도 한겨울"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전문가들도 화려하게 역사의 대미를 장식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몽골 울란바토르를 회담장소로 낙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줄 장소여야 하는데 몽골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 측이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제3의 장소'로 스웨덴 등 북유럽 지역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중재자인 한국도 여전히 후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염려에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잘되면 제주도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유치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이동거리도 짧고 화창한 날씨인 5~6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측이 제주도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김 위원장의 어머니 고향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태평양 지역에 있는 괌이 낙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위원장에게 괌은 미사일 사정거리 내에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다. 미국 본토로 들어가는 것보다 괌을 선택하는 게 손쉽다는 것.
괌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카드다. 미국 영토이고, 군사기지까지 갖춰져 경호상 문제가 없다. 또 역사적으로 괌과 사이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일 격전지 중 하나였던 '사이판 전투'로 유명하다. 미국이 괌을 수복하면서 전쟁의 판도가 기울었고, 당시 참전용사들의 위령비도 남아있는 만큼 평화의 상징 중 하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괌에서 역사적 평화선언을 끌어낸다면 괌은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냉전 종식의 장소로 재부각된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