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고 싶다면, 태안
2018.04.26 17:05
수정 : 2018.04.26 17:05기사원문
【 태안(충남)=조용철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충남 태안은 온통 꽃밭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정원이 감동을 주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법이다. 꽃지해안공원에는 형형색색 전 세계 튤립이 가득하고, 천리포수목원에는 우아한 목련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청량한 파도와 함께 하는 천리포수목원
거친 해풍이 곧장 와닿는 천리포 해안을 덜어내 만든 천리포수목원에는 자연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이 있다. 이곳에서 한 포기의 풀도, 길 한 줄도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다. 세찬 해풍에서 수십여년을 키워낸 동백들이 호랑가시나무 더미와 어우러져 숲길을 내고 진한 향이 숲을 가득 메운다. 천리포수목원은 장엄한 낙조의 풍광과 운무의 비경을 품고 세계에서 수집된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태안반도 끝자락인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고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가 40여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그는 지난 1945년 미24군단 정보장교로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후 한국의 자연에 매료돼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가 천리포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나무심기를 시작한 수목원은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 제한적으로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가 2009년 일부지역이 일반에 공개됐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이면서도 남부식물이 월동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어 500여 종류가 넘는 목련속 식물을 비롯해 1만580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밀러가든은 천리포수목원 내 총 7개의 관리지역 중 첫번째 정원으로 2009년 3월 개방했다.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수목원 산책과 동시에 청량한 파도와 고운 모래펄이 펼쳐진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목원 내 노을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 위한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자연 그대로의 조화, 청산수목원
세련되게 잘 단장됐다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자람과 조화를 보다 중하게 여긴 청산수목원.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불꽃같은 홍가시나무 천국인 청산수목원은 10만㎡ 규모로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뤄져 있다. 봄에는 꽃창포, 홍가시나무가 일품이며, 여름에는 연꽃축제, 가을에는 팜파스그라스, 핑크뮬리 등이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종을 만날 수 있다. 밀레, 고흐, 모네 등 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과 계절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 황금메타세쿼이아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셀프 웨딩 촬영 명소로도 인기다. 수목원은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만다라정원, 황금삼나무의 길로 구분되어 있다. 천천히 감상하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밀레의 정원에는 '이삭줍기'와 '만종'을 비롯한 밀레의 주요 작품들 속 장면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삼족오 미로공원은 공원의 둘레를 향나무와 화살나무로 성벽처럼 두르고, 그 안의 미로에는 가이스카향나무와 홍가시나무, 황금측백 등이 자리한다. 청산수목원은 여러 테마 정원과 더불어 자라풀,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수세미,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예연원에는 수생식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엄선해 수집한 연과 수련 200여종이 매년 여름이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안면도 꽃지해변의 일몰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으로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오래 전부터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지'라는 지명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 고둥, 게, 말미잘 등을 잡을 수 있다. 꽃지해변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때인 838년 해상왕 장보고는 안면도에도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아내 미도는 부부 금슬이 유난히 좋았다. 출정을 나간 승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는 죽어서 할미바위가 되었고 옆에 있는 바위는 자연스레 할아비바위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