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로 생긴 궤양·통증, 지방줄기세포로 완화
2018.05.10 16:39
수정 : 2018.05.10 16:39기사원문
한국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국내 환자가 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가 자신이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방치하다가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한다.
족부에 발생한 궤양 혹은 감염증 등을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변)이라 통칭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은 발의 감각을 무디게 해 상처가 쉽게 생기게 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섬유가 손상돼 나타난다. 증상으로 저린 느낌, 작열감, 찌르는 듯한 통증, 맨발로 뜨거운 모래 위를 걷는 느낌, 열감·냉감, 쥐어짜는 듯한 하지통증이 동반된다. 통증 정도는 다양하며 주로 밤에 심해진다. 대개 양 발끝에서부터 증상이 시작돼 무릎을 거쳐 양 손끝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증상이 오래되면 감각이 무뎌지고 둔감해져 상처가 쉽게 생기고 피부궤양으로 악화기도 한다. 신경병증이 좋아지려면 근본적으로 당뇨병이 치유돼 신경세포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2016년 66세 당뇨발 환자 A 씨에게 복부에서 추출한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8회에 나눠 정맥주사한 결과 8주안에 당화혈색소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당뇨합병증으로 오른쪽 하지동맥 혈류가 막혀 족부가 괴사돼 Y대학병원에서 3차에 걸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당뇨합병증에 의한 동맥염증으로 심장 관상동맥이 심하게 협착돼 우측 팔에서 혈관을 떼어내 관상동맥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도 동반돼 좌측 대퇴부에서 발까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고, 우측 다리를 절단한 곳에 환상통이 심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 후 6주차에 초음파 도플러검사 상 좌측 복배동맥 및 엄지발가락 혈류가 정상화됐다. 엄지발가락 궤양도 완치됐다. 치료 7주차에는 족부 및 정강이 하방 3분의 1의 지점까지 미치던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또 혈압이 정상화돼 복용해오던 고혈압약을 끊을 수 있게 됐다. 평균 혈당도 230㎎/㎗에서 치료 6주차에 177㎎/㎗로 조절됐다. 환자는 치료 4주차에 속효성 인슐린을 끊었고, 지속성 인슐린 투여량도 40 유니트에서 20 유니트로 줄었다.
당뇨병 치료 효과 판정에 기준이 되는 당화혈색소도 줄기세포 치료 전 11.6%에서 치료 6주차에 7.7%로 안정화됐다. 당화혈색소는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농도를 반영하는 수치로 7.0% 이하이면 혈당조절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환자에게 나타난 당뇨합병증 증상 감소, 인슐린 투여량 감량, 당화혈색소 정상화 등은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한 줄기세포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만들어 자체적인 인슐린 분비기능을 복원한 데 따른 결과"라며 "창상 중에서 치료가 특히 어려운 당뇨발에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임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베타세포는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을 구성하는 세포의 하나로 인슐린을 분비한다. 베타세포가 완전히 파괴돼 인슐린 분비기능을 상실하면 제1형 당뇨병이 된다. 제2형 당뇨병은 상대적으로 베타세포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발생한다.
줄기세포는 병든 세포를 정상세포로 치환해 세포 역할을 정상화한다. 병든 혈관을 회복시키는 신생 혈관생성 능력도 뛰어나다. 줄기세포치료는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당뇨병 환자로부터 지방흡입을 통해 많은 양의 지방조직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므로 부작용 위험이 적다. 시술 후 통증도 미미한 편이다.
심 원장은 치료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더 많은 환자 증례 확보 및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작정 줄기세포를 투여했다고 모든 당뇨발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식된 줄기세포가 잘 생착·분화되는 환경을 유도하려면 경험 많은 의사의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가면역질환, 난치병 등의 치료에도 줄기세포치료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