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의 한화, ‘야신’을 지우고 반전을 써간다

      2018.05.21 17:18   수정 : 2018.05.21 17:18기사원문

한화 이글스는 21일 현재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공비행이다. 지난해 5월 하순께 순위는 9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달라졌다.

한화의 환골탈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두 가지 수치를 주목해 본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구원투수진이다.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28로 전체 8위. 올해는 4.36으로 1위다. 팀 타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8위(0.277). 통계만 놓고 보면 독수리의 날갯짓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것은 투수들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그 가운데도 구원투수들이다.

김성근 감독 시절 한화는 투수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몇몇 엘리트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마운드에 올렸다. 2016년 이맘때로 되돌아가보자. 2년 전 5월 22일은 김성근 감독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감독으로서 통산 2500번째 경기였으니. 김성근 감독은 이날 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발 이태양에 이어 심수창, 송창식, 박정진 등을 줄줄이 등판시켰다. 김 감독은 하루 전날에도 7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심수창, 박정진, 송창식 등 똑같은 이름이었다. 박정진은 20일 경기도 마운드에 올라갔었다.

경기 결과는 7-18의 대패. 이날 하루의 결과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구원투수들의 겹치기 출연은 결국 화를 불러왔다. 한화는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고,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5월 21일 사퇴 의사를 전했다. 물러난 것은 그보다 이틀 뒤.

올 시즌에도 한화 구원투수들은 바쁘다. 불펜진의 소화 이닝은 137⅓로 10개 구단 가운데 2위다. 차이점은 달라진 효율성에 있다. 불펜진의 평균자책점 순위가 2016년 7위(5.25)에서 1위(3.25)로 껑충 치솟았다. 정우람이 마무리 부문 1위(17세이브)를 질주하고 있고, '제로맨' 서균(평균자책점 0), 7홀드를 기록 중인 안영명, 투심의 마술사로 거듭난 송은범 등 하나같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서균은 24경기에 등판 15⅓이닝을 던져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의 '타고투저'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서균은 2017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해 14경기(14⅓이닝)밖에 경험하지 못한 투수다. 지난 19일 LG전은 한화와 서균에게 공히 잊지 못할 경기다. 서균은 2-1 한 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1사 1, 3루의 엄중한 상황이었다. 서균은 LG 유강남을 병살 처리하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는 2위로 올라섰다. 2008년 5월 13일 이후 10년 만에. 서균에겐 생애 첫 세이브였다.

또 다른 부문은 희생번트의 숫자다. 김성근 감독 집권 첫 해 한화는 139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김성근 감독 아래 2년 동안 희생번트 수는 226개로 2위 SK(181개)보다 월등 많았다.

올 시즌 한화의 희생번트 수는 7개뿐이다. kt와 함께 가장 적다. 한용덕 감독의 현역시절 별명은 '뺑덕어멈'이었다.
심청전의 '뺑덕어멈'은 심술궂다. 한화의 '뺑덕어멈'은 최대한 선수들의 편에 서려한다.
그 점에서 크게 다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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