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후보 ‘도덕성’ 공개 검증 왜 피하나?

      2018.05.30 14:39   수정 : 2018.05.30 18:06기사원문

[제주=좌승훈기자]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6.13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후보자 도덕성 검증이 최대 이슈가 된 가운데 후보자 간 치고받는 난타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도덕성 검증을 놓고 각 후보 진영에서 하루에도 많게는 7~8차례의 성명·논평이 쏟아진다.

때로는 막무가내 네거티브 공세로도 이어져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만 키우고 있다.

후보자 간 공개 검증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떄문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외면할 게 아니라 직접 해명하는 게 옳다.

투명한 검증을 통해 후보자의 도덕성과 도정 운영 능력, 주변 인물과 집단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건 필수적이다. 유권자의 알 권리다.


각 후보는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도민을 상대로 상세하게 소명해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검증과 근거 없는 흑색선전은 다르다.

■ 치열한 검증은 후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현재 제주도지사 선거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 간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도덕성 검증 공방도 두 후보에 쏠려 있다.

원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문대림 후보의 부동산 투기와 쪼개기 매매 의혹을 비롯해 석사학위 논문 표절, 친인척 보조금 비리, 공문서 허위 기재, 곶자왈 훼손, ㈜유리의 성 백지신탁과 재산누락 신고, 도의원 재직 시 2중 급여 수수, 부동산 개발업체 임원 취업, 골프장 명예 회원권 수수 논란과 고위 공직자 ‘공짜’ 골프 등에 대한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후보 사퇴까지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 측도 최근 원 후보에 대해 공무원을 동원한 관권선거 의혹과 도지사로 재직 시 회전문 인사와 측근 비리 의혹, 원 후보 모친의 부동산 거래에 따른 담보대출 특혜 의혹, 종합휴양지 ‘비오토피아’ 특별회원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원 후보는 이에 대해 지난 29일 “‘네거티브 선거전에 지쳤고, 정책선거로 바뀌어야 한다’는 도민들의 민심을 헤아려 공개 검증의 기회를 갖자”고 문 후보 측에 공식 제안했다.

밤샘 토론을 하더라도 도덕성 검증 공방을 끝장내자는 것이다.


이전에도 공개 검증의 요구가 제기됐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를 시작으로 11일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잇달아 문대림 후보에게 시간제한을 받지 않고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도덕성 검증을 위한 후보 합동 공개 검증을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문 후보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선거 프레임을 도정평가가 아닌 도덕성 검증으로 몰아가려는 옹졸한 정치적 술수로 제주사회를 우롱하려 든다면 더 이상 도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문 후보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도민들께 소상히, 속 시원하게 해명할 것이며, 깨끗한 후보임을 당당히 인정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원 후보가 제안한 타미우스 골프장 명예회원권과 종합휴양지 ‘비오토피아’ 특별회원 논란에 대한 공개 검증에 대해서도 "공개검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신뢰확보가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익 제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직접적인 수사가 가능한 사법기관에 맡기는 것이 오해를 사지 않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 유권자, ‘의혹’ 실체 알지 못하고 투표할 처지

분명한 것은 검찰 수사결과가 이번 6.13 이전에 발표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권자로서는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를 해야 할 처지다.

선거 막판에 판세를 뒤집기 위한 흑색선전은 뿌리 뽑아야 하겠지만,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치열한 검증은 후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각 후보 진영 역시 고통스럽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도정 책임자에 대한 소홀한 검증은 유권자의 오판을 낳으며, 그것은 도민과 제주도의 불행으로 직결된다.

4년 간 제주도를 짊어질 최고의 ’공인’이기에 하는 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공정하고 정당한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문 후보 측은 도덕성 공개 검증을 피할 이유가 없다.

검찰 고발이 시간끌기용이라는 지적도 이와 다름아니다.
떳떳하다면 후보자 검증에 당당히 나서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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