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이슬람국가 국민 입국금지 정당”..트럼프 강경 이민책 탄력

      2018.06.27 14:26   수정 : 2018.06.27 14:26기사원문
【워싱턴=장도선 특파원】미국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일부 이슬람권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몇 차례 수정을 거치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은 시행이 확정됐으며 그의 강경 이민정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날 이란,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시리아 등 이슬람 5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9월 3차 이민 행정명령 시행은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5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행정명령이 합헌이라는 다수 의견을 냈고 소니아 소토마요르 등 4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3차 행정명령은 북한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미국 입국도 금지하고 있지만 행정소송에 두 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미국의 이민법은 대통령에게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정지시킬 폭넓은 재량권을” 분명히 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그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 행정명령은 종교적 이유로 무슬림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며 적법한 목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수호할 대통령의 분명한 권한을 인정했다"며 "전세계적으로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운동이 죄 없는 민간인들에 피해를 주는 이 시대에 우리는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시빌 리버티스 유니온의 오마르 자드와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2차대전중 루스벨트 행정부가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억류하도록 대법원이 허용한 것과 더불어 “대법원 역사에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코넬대학의 이민 전문가 스티븐 예일-로이어는 FT에 대법원의 결정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은 국가 주권과 외교 관계와 관계되기 때문에 법원은 이민 이슈에 있어서는 대개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이미 작년 12월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해당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이 일단 시행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앞세운 대법원 판결은 미국의 이민정책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무역, 나아가 국제 관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입국자들을 더욱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은 미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앞세워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들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명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전쟁 위기를 야기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단순한 무역적자 축소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배경으로 한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구체적 사례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 유럽을 겨냥한 자동차 관세 위협도 국가안보와 연관돼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이슬람 세계간 관계 악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의 입국 금지 대상 리스트에 오른 국가들로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다.
유럽의 난민문제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로부터의 난민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럽의 반(反) 난민 정서가 미국 대법원 판결로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헝가리 등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동구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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