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법안만 1만건… 한달째 '개점휴업' 국회의 민낯
2018.06.27 17:34
수정 : 2018.06.27 17:34기사원문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본연의 책무인 입법활동이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가 '방탄국회' 논란과 6·13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올스톱'된 사이 계류법안은 약 1만건까지 늘어났고 법안투표율은 70%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계류법안 1만건 '초읽기'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9850건이다. 접수된 법안 수가 전체 1만3570건임을 고려한다면 10건 중 7건 이상이 논의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셈이다.
상임위별로는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1314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복지위원회 974건, 법제사법위원회 934건, 환경노동위원회 9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계류 중인 의안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총 9952건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어 1만건 돌파도 시간문제다.
이처럼 각종 법률안이 쌓이는 동안 국회는 공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 28일 본회의에서 89건의 법률안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 2017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등 총 91건의 안건을 의결한 뒤 개점휴업 상태다. 6월 국회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요구로 소집됐지만 '방탄국회' 논란만 지속되며 활동이 전무했고, 지방선거가 정치권을 강타하며 입법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야권의 심각한 내홍으로 인해 하반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 구성 협상은 전반기 국회가 마무리된 지 30일이 지난 이날에서야 첫발을 내디뎠다.
국회 한 관계자는 "선거 등으로 인해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점, 전반기 막판 법사위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법안 심사 등을 위한 상임위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과잉입법' 지적도 나온다. 국회 모니터링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폐기된 법안의 재탕이나 사회적 이슈에 따른 포퓰리즘 법안 등이 넘쳐나면서 입법 과잉이 심각하다"며 "3단계에 불과한 의원발의 절차에 대한 개선 및 입법영향평가 도입 등을 통해 무분별한 입법활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명 중 3명 법안투표 '불참'
국회의 부실한 입법활동은 법안 처리 최종 단계인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이날 발표한 국회의원의 '법안 투표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된 법안(877개)에 대한 투표율은 71.67%로 조사됐다. 10명 중 3명 가까이는 법안 투표에 불참했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60% 미만인 '낙제 의원'이 71명에 달했으며 40% 미만인 의원도 무려 2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0% 이상인 '우수 의원'은 59명이었으며 80%대는 59명, 70%대 50명, 60%대 44명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헌법 제40조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리이며, 막중한 책무"라며 "국회의원이 법안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와 민생·경제에 무책임한 입법권 포기행태"라고 비판했다.
설명이나 토론 없는 '무더기 법안처리'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개회식을 제외한 총 44회 본회의 중 19회의 본회의에서 법률안이 처리됐으며 100개 이상의 법률안이 처리된 것이 2회, 50건 이상이 처리된 것도 7회나 되는 등 무더기 법안처리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국회의장의 안건 상정부터 제안자의 제안설명이나 심사보고 후 찬반토론과 전자투표(국회법 제112조 본문) 후 표결 결과 선포(국회법 제113조)까지 1개 법률안을 처리하는 시간은 평균 약 1분34초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