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2018.07.05 17:05
수정 : 2018.07.05 17:05기사원문
지난 6월 12일과 13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도쿄 분쿄구 도쿄돔 일대에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이 몇 시간째 줄을 잇고 있었다. 바로 도쿄돔시티 프리즘홀에서 개최된 '2018 한국관광 페스티벌'에 입장하기 위한 행렬이었다.
행사장에는 문화체험 및 관광홍보관이 꾸려졌는데 일본 시장은 개별관광객의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만큼, 전국의 교통편의와 함께 관광할인 등의 혜택을 덤으로 받는 코리아투어카드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결과 자료에 따르면 행사 참가자가 1만1650명을 기록했다고 하니 짧은 이틀간의 행사에 보여준 일본인들의 열기는 기대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같은 열기는 수치로도 바로 나타난다. 일본인 방한 시장은 지난 3월 약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며 5월과 6월에도 각각 30~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한반도 평화 분위기 등이 일본인 방한여행 불안감 해소와 한국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 만난 일본쇼핑관광협회의 한 관계자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성료가 일본 방한 시장이 살아난 전환의 큰 계기였다고 평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의 미디어들이 한국과 한국관광지, 한국음식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방영하고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 친절올림픽으로 잘 마무리되면서 일본인들의 한국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는 한국을 여행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도 정치, 안보, 혐일 등의 불안 탓에 사람들 앞에서 입 밖으로 선뜻 본인의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글로벌 이벤트는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고 분위기의 대전환을 이루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의 방한횟수와 재방문율은 각각 4.1회, 53.3%로 집계된 반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횟수와 재방문율은 각각 9.4회와 70.5%에 달했다. 일본은 그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어렵게 살아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한국방문에 만족해서 또다시 찾고 싶도록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관광상품을 제대로 가치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를 소중히 여기는 일본 관광객에게는 상품을 파는 것보다 손님을 정성껏 대하는 친절한 서비스와 환영의 메시지로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정치·외교적 이슈로 소원했을 때 일본 여행업협회 관계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일본인이 한국에 가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다시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들을 우리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대하고 배려한다면 관광이 민간 교류를 넓히고 상호 이해를 높여 한·일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