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교수 "韓·中·日 역사 갈등, 안중근 '동양평화론'으로 풀어야"
2018.07.11 17:28
수정 : 2018.07.11 17:28기사원문
남북관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동북아 정세도 흔들리는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정족체제'를 구축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안중근 의사의 사상이 점점 자국 위주의 역사인식만 강조하는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인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사진)는 1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회장 박경재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에서 '동북아 평화와 역사 문제'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안중근 의사 등 선임들이 주장하는 동양평화론을 검토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교수는 "역사주의에도 애국주의가 있는데 북한을 포함한 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과 중국, 일본 간 대화채널이 끊겨 있다"며 "끊긴 대화채널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남북, 동북아시아의 역사인식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우리에게 실컷 사과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부족하다고 한다. 중국은 자민족 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삼국 간 역사채널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제안했다.
안 의사에 의해 저격당해 사망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맹주론을 펼치며 일본 중심으로 차등을 두는 평화론을 제기했으나, 안 의사는 3국이 평등한 관계에서 동양평화를 이루자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동양평화론이란 평가다.
김 교수는 "동양 나라들이 균등한 입장에서 균등하게 합치는 게 합방인데, 일본이 과거에 한 것은 강제적 병합이었다"며 "일부는 유럽연합처럼 아시아 의회를 만들자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지역 공동체로서 나가자는 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구한말 당시 일본의 아시아 침략론인 동아연대론에 찬성했던 분위기를 전하며 과거 우리 민족의 실수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1880년대 초반부터 동양평화 이론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대동합방론이 있다"며 "그것에 공감하던 사람 중에 개화파가 많았다 청일전쟁 때 일본이 조선독립을 말하니 그걸 믿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계 높은 어른인 장지연도 한·중·일 동아연대론에 찬성했다. 그 논리로 가다보니 일본의 아시아주의에 빠져들었다"며 "나중에 1905년에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그때서야 깨달은 것으로 보면 된다. 일본이 우리 독립을 보장한다 해놓고는 합방하는 것을 보니 깨달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당시 의병 유학자들도 일본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했다. 조선의 영토 독립을 보장한다 해놓고 일본이 신의가 없다고 했다"며 "그나마 일본이 약속이라고 지킨 것은 조선 황실을 보호해주겠다고 한 것, 그거 하나만 지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남북 통일 이후 어떻게 적용돼야 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안중근 동양평화론은 동양 3국이 균등한 관계에서 가야 한다는 출발점에서 말한 것"이라며 "현실적 역학관계에서 봐야겠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역사적 경험에서 우리는 약소국이었다. 강대한 중국 옆에서 나라를 유지하는 곳은 우리와 몽골, 베트남이 있다"며 "역사적 경험에서 강대국에 끼어있으면 반드시 당하기에 약한 나라는 한쪽에 달라붙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