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호프집 '깜짝 방문'… 국민 목소리 경청
2018.07.26 22:04
수정 : 2018.07.26 22:08기사원문
"오로지 듣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정말 최저(임금)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합니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제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까."(문 대통령)
"특히 생산직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합니다.(중소기업 대표 정광천씨)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 일반 시민들이 맥주잔을 사이에 놓고 문 대통령과 함께 둘러앉았다. 참석자들은 편의점·서점·음식점·도시락업체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청년 구직자, 근로자 등 18명. 경호상의 문제로 당초 문 대통령의 참석 사실을 모른 채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나온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의 '깜짝 등장'에 "대통령이 왔다"며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청년실업, 경력단절 등 당면한 경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퇴근길 남대문시장에 들러 국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최저임금과 고용문제 등이 심각하게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편하게들 말씀해 주시면 된다"고 운을 떼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씨는 "하루 14시간씩 일하는데도 종업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보다도 못한 처지"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우선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한다"며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다. 정책에 불만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들으며 "얼마나 가게를 운영했느냐"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지원되는 자금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 등 질문을 던졌다. IT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씨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를 하지만 업종별로, 지역별로, 개별적으로 '속도조절'을 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들의 고충도 이어졌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구직자 이찬희씨는 "취업성공패키지 등 정부 정책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도 시험비용 등 구직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날 호프미팅은 1시간40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또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