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복지국가’ 꿈꾼 파키스탄 새 총리 칸, IMF부터 만나야 할 상황

      2018.07.30 17:01   수정 : 2018.07.30 17:01기사원문
파키스탄이 치솟는 유가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슬람 복지국가'를 표방한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에 국민들이 들떠 있지만 외환위기가 심화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금융 신청 규모는 100억~120억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면 13번째가 된다.

■구제금융 규모 2013년 2배수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임란 칸 파키스탄 정의당(PTI) 대표가 선거 승리의 기쁨을 뒤로 한 채 IMF에 13번째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재무부, 중앙은행 등의 고위 관리들이 칸 대표가 총리에 취임하는 대로 구제금융 신청 계획을 제출할 전망이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힘든 상황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IMF 지원 없이 해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제금융 신청 규모는 지난 2013년 구제금융 규모 53억달러의 2배 안팎인 100억~12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 구제금융은 칸 신임 총리의 공약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구제금융은 대개 곧바로 대대적인 재정지출 삭감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국민스포츠인 크리켓 대표팀 출신인 칸은 대선 공약으로 재정지출을 통한 전국민 의료지원, 학교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 '이슬람 복지국가' 건설을 내세웠다. 애널리스트들로부터 구제금융 신청에 따른 IMF의 간섭이 아니더라도 지금 파키스탄 경제상황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비판을 받는 공약들이다.

파키스탄은 수출 부진 속에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수입 지출 증가로 최근 몇 달 새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었다. 지난 20일 파키스탄 중앙은행(SBP) 발표에 따르면 현재 외환보유액은 90억달러로 2개월치 수입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의 차관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오래 가기는 어렵다. 파키스탄은 지난 회계연도에만 중국 상업은행들로부터 50억달러가 넘는 돈을 빌렸다.

■ 외환보유액 90억달러···루피화 급락

외환위기는 루피 급락을 부르고 있다. 파키스탄 루피는 달러에 대해 20% 가치가 급락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직도 최소 10%는 더 떨어져야 적정가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의회 장악을 위해 필요한 22석 확보를 위해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선 칸 총리는 그러나 아직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직전 FT와 인터뷰에서 재무장관 후보자인 아사드 우마르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만 밝힌 바 있다.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피하고 싶겠지만 칸 총리가 결국은 IMF 구제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제금융은 대대적인 긴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전기비 인상, 농업 부문 보조금 삭감, 적자를 기록 중인 공기업 매각 등이 IMF의 구제금융 조건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IMF는 올해 파키스탄 재정적자가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1%를 크게 웃도는 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복지국가 재정은 고사하고 현 수준의 재정지출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 삭감은 성장률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르네상스캐피털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찰리 로버트슨은 GDP 성장률 감소폭이 1%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구제금융 이외에도 한 가지 대안이 남아 있다고 FT는 전했다. 1998년에 그랬던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수입 대금 지급 연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재무부 고문을 지낸 사키브 셰라니는 파키스탄 올해 전체 수입의 3분의1이 에너지 관련 수입이 될 것이라면서 경기둔화로 수입이 줄기는 하겠지만 상당한 외화지출을 일단 유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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