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 '속지주의'로 바꾸자
2018.08.02 17:17
수정 : 2018.08.02 17:17기사원문
지난달 30일자로 본지가 세제개편과 관련한 '뜨끈뜨끈한' 정책제안을 내놨다. 핵심은 땅 부자, 현금 부자가 많은 수도권 거주자가 비수도권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팔 때 내도록 돼 있는 '개인지방소득세'(양도소득세의 10%)를 주소지가 아닌 물건지로 납부,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한 지방 재정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지방분권 강화' '지방재정 확충'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는 단순한 지방에 대한 정치적 동정심이 아니라 해당 토지나 건물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오롯이 해당 지자체의 도시개발이나 도로, 철도, 항만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기인한다는 '합리적 명분'이 자리잡고 있다.
강남 3구나 서울에 사는 거주자 소유의 토지·건물이지만 재산가격 상승에 아무런 기여도가 없는 강남 3구나 서울시에 세금을 내는 건 합리적 세원배분 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물론 지방 거주자가 상대적으로 땅값, 건물값이 높은 수도권의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 거주자의 비수도권 토지·건물 매매의 경우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돼 제도개선의 부작용도 덜하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가 개인지방소득세 납부지를 주소지가 아닌 물건지로 변동했을 경우를 상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부산, 대구, 세종 등 7개 광역지자체는 세금이 덜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10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돼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정책적 기대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 판명됐다.
원리는 간단하다. 기존 속인주의의 경우 미국인이 우리나라에 토지나 건물을 소유했다가 매매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게 과연 합리적 세원 배분인가. 당연히 미국인 소유의 토지·건물에 대한 가격 상승에는 우리나라의 정책이나 제도 등의 기대효과가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 기여도가 있는 우리나라, 다시 말해 물건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게 합리적 세원 배분이라는 얘기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지방분권 강화다. 지방분권 강화의 출발점은 지방재정 확충에 있다. 국세의 지방세 조정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재정배분의 칼자루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찔끔' 수준의 재정교부로는 각종 개발, 복지, 재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각 지방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방은 목마르고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조세저항도 덜하고, 지가 상승에 기여한 해당 지자체에 세금을 납부하는 합리적 세원배분 조정이야말로 힘 안 들이고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묘수'다. 다행히 지방세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도 긍정적이어서 앞으로 제도개선을 기대해본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