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사폭행은 타인의 생명 빼앗는 일"

      2018.08.21 16:43   수정 : 2018.08.21 18:38기사원문

"응급실은 위중한 환자를 다루는 곳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사진)는 21일 최근 응급실에서 의사 폭행 사건이 벌어지거나 환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것은 응급실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종합병원 응급실 등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신고 및 고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고 및 고소 건수는 2016년 578건, 2017년 893건, 올해 6월말 기준 582건 등 최근 2년 6개월간 총 2053건에 달했다.

실제 응급실에서 목숨이 위중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의사에게 코피가 멈추지 않는데 해결을 안해준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코피가 멈추지 않으면 본인에게는 위급 상황일 수 있지만 의사가 판단하기에 목숨에 영향을 미칠만큼 위중한 상황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응급실은 의사들이 최소 2시간 이내에는 환자 진료를 보기 때문에 늦은 편이 아니다. 해외 논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평균 7~8시간 만에 응급실에서 의사 진료가 이뤄지다 최근에는 4시간으로 당겨졌다.

한 교수는 "일반 외래에서 충분히 진료를 볼 수 있는 감기환자들도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오래 기다리면 빨리 환자를 봐주지 않는다고 얘기한다"며 "응급실은 위급한 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둘 수 있어야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의 응급실은 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응급실과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응급실,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체계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단계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9개 권역에 40개소가 있으며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하기 때문에 권역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부터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다.

서울에는 서북, 동북, 서남, 동남 등 4개 지역에 6개 의료기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다.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서울시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경기 광명시를 아우르는 서울 서남권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 치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성인응급의료센터, 소아응급의료센터 등을 운영해 응급치료가 가능하고 대형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응급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교수는 "응급실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면서 병원 시스템을 응급의료에 맞도록 개편했다"며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환자, 심정지 환자 등 위급한 중증질환자들의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까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아야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응급의학 전문의가 상주해 중증 응급환자는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며 응급실 내에서도 중환자실 수준의 환자 모니터링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10개 주요 진료과 당직 수술팀도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팀, 급성 뇌졸중팀, 급성 위장관출혈환자팀, 중증외상팀, 대동맥질환팀 등과 같이 각 분야별 세부 전문 대응팀을 구성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그는 "특히 중환자실의 병실 턴오버를 빨리 해 언제든지 중증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소방서 구급대원들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내 양천소방서와 강서소방서에 직접 의료진이 방문해 1년에 18번 시뮬레이션 교육을 한다. 의사들이 기도삽관 등 환자 응급처치 등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할 때 응급조치가 잘 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 교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시스템을 믿고 중증 응급환자들이 병원을 찾았으면 한다"며 "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후에는 환자들이 의사를 믿어야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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