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성단체 이견, 스토킹법 표류.."피해자는 떨고 있다"
2018.08.26 11:00
수정 : 2018.08.26 11:00기사원문
정부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토킹처벌법을 발의했지만 관련 부처 및 여성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스토킹 피해자는 가해자를 막을 방법이 없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법적근거 없이 스토킹 가해자 접근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범죄는 2014년 297건에서 지난해 436건으로 늘었다. 스토킹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강간 등은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이들 범죄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 건수는 더욱 증가한다.
■여성단체 “법무부, 스토킹 개념 축소해”
법무부는 지난 5월 스토킹 행위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안을 적용할 경우 기존 경범죄로 분류돼 범칙금에 그치던 처벌을 징역형으로 다스릴 수 있다. 지난 2월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법무부는 상반기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종 법안 공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스토킹처벌법을 비판하는 쪽에선 정부가 스토킹 개념을 축소한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안은 반의사, 정당한 이유 없음, 지속성이나 반복성, 불안감이나 공포심 요건이 충족되고 4가지 행위유형에 해당해야 범죄가 성립된다. 4가지 행위는 △접근, 따라다님 △기다리거나 지켜봄 △정보통신망 활용 △물건 전달 등을 말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토킹 수법이 지능적이고 다양한 만큼 법이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본은 스토킹 정의에 이메일을 통한 접근이 포함되지 않아 법이 있어도 이메일 스토킹을 규제하지 못하다가 2013년 개정했다”며 “독일처럼 스토킹 행위를 명시한 뒤 ‘기타 유사한 행위’를 포함하는 조항을 더해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킹은 피해자 지인에게도 위험을 끼치는 만큼 보호범위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여성의 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스토킹 절대다수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다. 피해자 집, 부모에게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주변인들에게도 피해자 지위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빠른 법안 통과를 위해 여가부 등 여성계도 양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일은 스토킹을 친고죄로 유지한다. (법무부) 법안보다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며 “현재 형사법에는 ‘기타 유사한 행위’라고 하는 조항은 없다. 이 같은 조항은 불분명해서 법률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 돼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까지 피해자로 보기에는 한정된 수사, 재판 자원을 가지고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토킹 가해자 사전 제재할 근거 미비"
스토킹은 더 큰 범죄로 확대될 수 있지만 현행법에는 경찰이 사전 개입할 근거가 미비하다. 반면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신청해 법원이 행위자에 대한 접근금지, 통신 차단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스토킹은 언제든 강력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 범죄 예방차원에서 스토킹처벌법은 조속히 통과될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스토킹 가해자가 정신착란, 주취 상태가 아니거나 범죄행위가 임박한 경우를 제하면 개입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경고는 가능하지만 격리하거나 접근 금지하는 건 어렵다”며 “현재는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이라 대응할 수 있는 지침만 만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