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양극화 더욱 심화...취약차주 구제책 마련 시급

      2018.09.17 14:23   수정 : 2018.09.17 14:23기사원문
9·13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취약차주에 대한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이 '대출 몸사리기'에 들어가면서 신용이 좋은 일부 우량 고객과 기업에만 돈이 흘러가고 취약차주는 더욱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은행들도 주요 수익원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 금융당국 눈치보기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오는 2020년으로 미뤄지긴 했지만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겠다는 당국의 발표 이후 은행권은 대출규제를 꾸준히 준비해왔다"면서 "수익의 큰 부분이 사라지는 만큼 은행권은 비이자수익 확대, 해외사업 확장 등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591조1000억원으로 올해 1·4분기 576조보다 15조원 가량 늘었다.

은행들은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만큼 수익이 줄더라도 새 대출 규제를 지킨다는 입장이다.

지점이나 전화를 통해 자신의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를 묻는 고객들이 많지만 조금이라도 규제에 걸릴 것 같으면 대출 불가를 통보하고 있다. 일부 고객의 경우 자금이 긴박하게 필요한 나머지 각종 편법에 대한 문의를 하기도 하지만 은행 차원에서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DSR강화 양극화 심화 우려
이같은 분위기는 다음달부터 강화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DSR은 개인이 갚아야 하는 모든 금융기관의 연간 부채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기존에는 DSR을 100%로 인정했지만 새 규제는 이를 80%로 낮춘다. 당장 생활자금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써온 서민층의 경우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지는데다 생활안정자금대출도 동일물건당 1억원까지 한도를 묶어놔 돈줄이 대폭 줄어둔다.

제 2금융권도 당국의 대출규제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은 10월부터 시범실시되는 DSR을 준비중이며 손보업계에선 주담대 사업 축소 혹은 철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국의 규제가 이처럼 심한 상황에선 주담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출규제로 금융권이 방어적인 태세를 갖추면서 취약차주들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의지가 강한만큼 앞으로 은행들은 위험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신용도가 좋은 고객, 우량 기업에만 대출하려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너스 통장이나 제2금융권 여신을 사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서민"이라면서 "거듭된 대출규제로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지 않게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의 금융부채 중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최근 5년새 가구당 평균 254만원에서 705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비중은 701만원에서 469만원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결국 저소득층일수록 담보 없이는 대출 받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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