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브렉시트…EU, 메이의 '체커스 계획' 퇴짜

      2018.09.21 11:21   수정 : 2018.09.21 11:21기사원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년 3월 29일(이하 현지시간)이 마감시한이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EU 정상들은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방안인 '체커스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도 체커스 계획만이 유일한 방안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런 협정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는 특히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발에 맞닥뜨리고 있어 총리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30일 버밍엄에서 열리는 보수당 연례 콘퍼런스에서 무탈하게 귀환해야 추후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제안 거부당한 메이 사면초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20일 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남지 27개 회원국 정상 모두가 만장일치로 메이 총리의 체커스 계획을 거부했다. 지난 7월 총리 별장이 있는 체커스에서 입안돼 이같은 이름이 붙은 이 계획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EU의 공산품·농산물 생산 기준을 준수하고, 노동·국가보조·환경 기준을 유지하는 대신 EU 시장에 지금처럼 무관세로 세관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재화를 이동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메이의 체커스 계획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적어도 단일시장을 위협한다는 점 때문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메이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의무는 지지 않은채 그 혜택만 누리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이 선택한 것이고, 쉬운 해결방안을 예상한 일부 사람들이 밀어붙여 선택된 것"이라면서 "유럽 없이도 잘 해낼 수 있고, 모두가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그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U 정상들이 퇴짜를 놓으면서 메이 총리는 안팎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체커스 계획에 반발해 보리스 존슨 당시 외무장관이 사임하는 등 내부 반란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데다 EU 정상회의에서조차 그의 방안이 거부됨에 따라 그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들 '깜깜이 브렉시트' 공포
투스크 의장이 이날 제시한 시간표를 맞추려면 오는 30일 보수당 콘퍼런스에서 살아돌아와 2주 동안 강도 높은 협상을 통해 EU와 간극을 좁혀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스크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려면 11월께 최종 합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영국은 정상회의 테이블에 최종안을 내놓아야 하고, 내년 3월 영국과 EU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CNN머니는 브렉시트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협상이 어지럽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깜깜이(Blind) 브렉시트'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과 EU가 모호한 문구들로 이뤄진 브렉시트 협정을 맺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낫겠지만 브렉시트 이후 수년 동안 영국과 EU의 관계설정이 어떻게 될지 혼돈에 빠지기 때문에 기업들에는 노딜에 버금가는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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