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못버텨" 기업들 한국서 짐싼다
2018.10.01 17:35
수정 : 2018.10.01 17:35기사원문
한 해 340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이전 기업의 수는 매년 늘어나 올해는 처음으로 3500곳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경제계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를 소관하는 정부 부처의 무관심 속에 토종 기업의 '탈한국'이 가속화하고 있다.
1일 파이낸셜뉴스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본의 해외 중소·중견·개인법인 신설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투자자는 해외에 총 1만7833곳의 법인을 신설했다. 2013년 3037곳을 시작으로 2014년 3049곳, 2015년 3219곳, 2016년 3353건, 2017년 3411곳, 2018년 상반기까지 1764곳이 해외에 둥지를 텄다. 이 중 81%(1만4502곳)가 중소·중견·개인기업이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500곳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 신규법인 중 지점과 지사의 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15%(445곳), 중소기업은 5%(687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아예 해외로 이전했거나 해외 이전을 위해 짐을 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의 수는 거의 없었다. 지난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시행됐지만 지금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50곳에 그쳤다. 국내 유턴기업은 2014년 22곳이 최대였고 지난해는 4곳, 올해 8월까지는 8곳뿐이었다.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소관하며 유턴기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자료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아울러 완전히 이전한 기업 외에 국내에서 해외로 지사를 내거나 일부 이전한 기업 현황도 산업부는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종배 의원은 "경기 악화로 인한 마진율 축소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탈한국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산업부는 국내 기업이 얼마나 해외로 이전했는지, 지사와 일부 이전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원인과 목적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조세를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국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