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남친도”… 음란사이트 회원정보 유출 후폭풍 우려

      2018.10.02 17:15   수정 : 2018.10.02 17:15기사원문


해외에 서버를 둔 국내 음란사이트가 해킹을 당하면서 회원 3만7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특정인의 성매매 여부를 확인해준다는 '유흥탐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와중에 이번 유출로 자신의 남자친구나 남편 등이 해당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또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 수단이나 사기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있어 후폭풍이 커질 전망이다.



■이름, 이메일 등 노출.. 유포 확산 우려

2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A사이트에는 해당 사이트 회원 3만7000여명의 ID, 이름, 닉네임,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게재됐다. 누군가 이 사이트를 해킹한 뒤 회원정보를 빼내 이를 모두 공개한 것이다.
A사이트는 여성단체들이 최근 국내 불법촬영물의 제작, 유포 진원지로 지목할 정도로 소라넷의 대체제로 떠오른 곳이다.

실명인증제를 도입하지는 않은 만큼 이름에 본명이 아닌 가명을 넣은 경우도 많지만 상당수 회원들이 실명으로 보이는 이름을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이트는 설립 초기에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일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 다수의 메일 주소가 네이버 계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A사이트 운영자는 해킹으로 인해 회원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정하고 보안상 문제가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해당 해커와는 합의를 했다며 당분간은 회원 등급이 높은 회원에 한해서만 사이트에서 글 열람과 쓰기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해커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저희는 A사이트 운영자와 원만한 해결을 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며 "앞으로 해킹은 없을 것이며 좋은 사이트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회원들은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이 노출된 탓에 불안에 떨고 있다. '여성시대' 등 여성 커뮤니티에는 유출된 명단을 통해 자신의 남자친구나 남편 등이 해당 사이트 회원인지 확인하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런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돈벌이나 사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몇 년 전부터 있었던 일".. "음란물 소비 비판 강해져"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됐다는 회원 정보가 실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불법 음란 또는 도박 사이트에서 회원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됐다는 회원 정보는 실제 회원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해킹을 시도한 사람은 과거 동업자가 아닌 외부인일 수 있다"며 "사이트 운영자가 남긴 글을 보면 보안에 대한 지식이 없어 해킹 원인을 정확히 파악 못하는 것 같다. 개인정보 로그파일이 남는 IP 공유기를 통한 해킹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불법 사이트에서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3~4년 전부터 많았다.
특히 불법토토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면서 "애당초 불법을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이기에 해킹당했을 경우 운영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없어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을 요구하는 해커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해커가 개인정보를 빌미로 회원들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서랑 대표는 "A사이트는 불법촬영물을 생산, 유포하고 판매도 하는 등 문제가 굉장히 심각했던 곳"이라며 "몇 년 전과 달리 이제는 불법촬영물, 이른바 국산 야동이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안 된다는 의식이 생겨난 것 같고, 이런 음란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여론과 처벌을 촉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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