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비밀의 방'에서 전격 방북 수락...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새 국면 돌입
2018.10.18 21:52
수정 : 2018.10.18 23:48기사원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비밀의 방'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방북 의사를 전격 표명하며,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사 표명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다. 당초 청와대와 가톨릭 교계에선 교황이 즉답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한다고는 하나,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세계 종교 지도자인 교황이 먼저 방북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교황의 의중을 파악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면, 다시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 교황청과 협의하는 수순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황청과 북한은 미수교 상태다. 김 위원장의 교황 방북에 대한 진정성 역시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달랐다. 교황은 "(북한으로부터)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갈 수 있다"고 말해, 되레 북한의 초청장 발송을 유도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동북아 새질서 구축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예고했다.
교황청은 이번 문 대통령의 공식방문 기간 환대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전날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직접 집전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 "큰 사명을 갖고 계신다. 하느님의 섭리를 행하는 사람이시다"고 칭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사실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교황 역시,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주교 시노드 기간'(세계 주교대의원회의, 10월3일~이달 28일) 정오 시간대에 면담과 선물교환식 등 약 50분간 시간을 할애,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교황의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입장에 사실상 구속력을 부여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보증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품고 있는 유럽사회에 북한의 변화상을 알림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와 비핵화 진전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황의 방북에 대해 "교황의 입장에선 가톨릭의 인권과 사랑, 평화 등의 가치를 전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문 대통령으로선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는 이슈를 국제적으로 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세계 종교지도자인 교황에게 비핵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의 방북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수 있다. 이 시기, 교황의 일본 방문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교황 예방에 이어 파롤린 국무원장과 환담을 끝으로 1박2일간의 이탈리아·교황청 공식방문 일정을 마쳤다. 이어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이동, 19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참석 및 한·영, 한·독 정상회담, 한·유럽연합(EU)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