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https 음란사이트 차단에 남성들 '부글'

      2018.10.24 13:00   수정 : 2018.10.24 13:33기사원문

“마음대로 야동도 못 보고 이게 나라냐” “공산국가나 중국하고 다른 점이 뭐냐”
정부가 불법촬영물 유포 근절을 위해 외국에 서버를 두고 https 보안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음란사이트에 대해 대대적인 접속 차단에 나서면서 상당수 남성 네티즌들이 이 같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단순 음란물의 문제가 아닌 개인 사찰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차단 조치로 음란사이트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유교탈레반 국가냐” 반발
24일 정부에 따르면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DNS(도메인네임시스템) 차단 방식을 적용, 외국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 150곳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DNS 차단은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한 사이트 도메인 주소가 불법사이트인 경우 해당 주소의 본 IP(인터넷프로토콜)를 경고 사이트 IP로 변경해 접속을 막는 방식이다.

기존 URL(인터넷 주소) 차단으로는 https를 사용하는 사이트의 접속을 막을 수 없어 DNS 차단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과잉 차단' 논란이 있을 법 하지만 당국은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물 유포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예외적으로 DNS 차단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https 접속시 평문으로 노출되는 서버이름표시(SNI) 확장필드 값을 들여다 보고 차단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많은 남성 네티즌들은 반발했다.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뭐가 잘못됐다고 죄다 차단하냐, 유교탈레반 국가냐”, “워마드는 왜 차단 안 하고 야동사이트부터 막냐”,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인이 마음대로 포르노도 못 보는 독재국가가 어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000여명이 동의했다.

아울러 정부의 사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음란물 차단은 빙산의 일각일 뿐, 사실 온라인을 검열하고 지배하겠다는 것”, “만약 정권이 바뀌면 반정부 여론 사이트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차단에 대체사이트 꿈틀.."사찰 우려”
일단 정부의 https 음란사이트 차단 조치는 시행 초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단 조치 후 DNS 변경, VPN(가상사설망) 등을 통해 우회 접속이 가능함에도 A음란사이트는 접속자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또 회원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자신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동안 올렸던 글과 자료들을 잇따라 삭제하고 있다. 물론 풍선효과로 인해 A음란사이트를 대체하려는 사이트들도 생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불법촬영물 뿐만 아니라 일반 음란물 유포도 불법인데, 그걸 위해 존재하는 사이트라면 차단하는 게 맞다”며 “향후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그런 사이트들은 지속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차단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한계가 명확하며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본다.

김환민 IT노조 게임분과위원장은 “차단 조치는 당장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조치일 수 있지만, 음란사이트에 국내 리벤지포르노가 유포돼 차단이 불가피했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었어야 했다”며 “SNI는 패킷 감청이 맞고 https 차단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제한된 상황에서만 쓸 수 있게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건 정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차단하고 사찰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우회접속이 쉬운 데다 차단 효과가 오래 가긴 어려울 것이고 차단 조치는 악용될 여지도 많다”며 “경찰이 국정원처럼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특정 서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는 개인 사찰과도 무관하지만 예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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