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이어 마용성도 '거래절벽'…노도강도 꺾여
2018.11.12 16:03
수정 : 2018.11.12 16:03기사원문
급매물이 쏟아져도 매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도 거래가 끊기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과 마용성을 따라 추격매수가 이어졌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역시 매수 문의가 급감하면서 서울 집값 하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남 2억 하락 아파트 속속 등장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로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8㎡ 매매가격은 지난 9월 18억~18억5000만원이었으나 최근엔 16억7000~16억80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5단지 121㎡는 9월 1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대치동 K공인중개소는 "종전 거래가보다 1억~2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거래는 되고 있지 않다"면서 "매수자가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꿈쩍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뿐 아니라 거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들어 8일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1306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163.3건으로 일평균 330.9건(총 1만259건)이 거래된 지난달보다 절반 이상 급감했다.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은 거래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하루 평균 19.0건이 거래됐던 강동구는 이달 67.8% 급감한 6.1건에 그쳤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 27.1건에서 10.0건으로 63.1% 줄었고 강남구도 57.8%나 감소했다.
■마용성 등 비강남도 하락폭 커
마용성 등 비(非)강남 인기지역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마포는 9·13 대책이 나온 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00여건이나 줄었다. 지난 1월 한 달간 1000여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진 용산도 지난달에는 190건 거래되는데 그쳤다.
지난 9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동작구 상도더샵 전용면적59㎡는 지난 달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 7억71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옥수동의 어울림 더리버도 9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고층 매물 호가는 12억5000만원 수준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한 중개업소는 "매매시장 분위기는 관망세가 뚜렷하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더 올리지도 않지만 내놓은 매물 가격을 낮추거나 거둬들이지도 않은 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나마 9·13대책 이후 풍선효과 등으로 강세를 보인 노도강 역시 최근에는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상계주공7단지는 전용 59㎡가 올초 3억7000만원에 거래되다가 8월말 4억~4억6000만원까지 오르다 9월 대책 발표 전 5억3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책 발표 이전까지 수준까지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상계주공9단지 인근 K공인중개사는 "8월부터 9.13대책 전까지 투자수요가 몰려 거래가 많았는데 한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반전돼 문의 전화도 끊겼다"면서 "정부 대책의 여파로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급매물만 찾고 있다"고 전했다.
■노도강 뛰면 '끝물' 재확인
전문가들은 지금의 거래절벽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도강이 뛰면 부동산 시장의 '끝물'이라는 속설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A공인중개소는 "아직 호가가 높은 지역이 있지만 이는 증여나 임대주택 등록으로 매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금리인상과 정부의 추가 규제 등이 나오면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으면 집값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세 하락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 금리 인상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 인상안 역시 '국회 통과'라는 산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각 지역마다 창동기지 개발, 삼성동 GBC건립, 용산 미군기지 개발, GTX 착공 등 개발 호재가 여전하고 자금 유동성도 풍부한 만큼 반등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매도호가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한동안 이와 같은 관망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